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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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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 “정치를 하다 보면 같은 당 안에서나 선거조직 안에서 서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어떻게 군사작전하듯이 일사불란하게 하겠나.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닌가.”
2021년 12월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다. 발단은 이준석 당시 당대표와 조수진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의 충돌이었다. 두 사람은 김건희 여사 의혹 대응 방안을 놓고 설전을 벌였는데, 조 단장이 “내가 왜 (이준석) 대표 지시를 들어야 하느냐. (윤석열) 후보 지시만 듣겠다”고 반발했다. 사실상 ‘항명’이었고 결국 참지 못한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놨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봤다.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 입장에선 파장이 컸던 사건이었으나, 이와 별개로 ‘민주주의라면 서로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충돌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윤 대통령이 천명한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2024년. 윤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여겼던 ‘군사작전 같은 일사불란함’이 ‘입틀막(입 틀어막기)’이라는 엉뚱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진다”고 말한 야당 의원을, 졸업식장에서 대통령에게 “연구개발(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외친 카이스트 졸업생을,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필수의료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려던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경호처 직원들이 군사작전하듯 입을 틀어막아 쫓아냈다.
정치적으로 의도된 소란이며, 의견 표출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반론도 있지만, 유튜브 영상으로 박제된 ‘입틀막’은 윤석열 정부의 소통을 상징하는 핵심 키워드로 기억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입틀막’, 윤 대통령의 진짜 생각이 궁금해진다.
# “문재인 후보가 당대표를 할 때 대부분의 주요 인사들이 탈당했고, 그분들과 감정적 관계도 좋지 않다. 야권연합을 통한 개혁 추진이 시대적 과제인데 문 후보가 그분들을 반혁신세력으로 몰아 야권통합은 불가능해 보인다.”
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경선 토론회에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가 한 말이다. 당내 비주류였던 이 후보는 대선 국면에서 ‘분열의 리더십’을 거론하며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손학규 김종인 안철수 등 민주당의 외연을 확대한 분들이 반개혁·반혁신으로 몰려 당을 떠났다”며 “분열의 정치는 민주당의 안타까운 기록”이라고 했다.
이재명은 권력을 쥔 주류·기득권 세력에 맞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정치인이었다. 민심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사이다 발언’과 특유의 돌파력은 도덕성 문제와 사법 리스크라는 약점에도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매력으로 작용했다.
오랜 기간 기득권 세력의 견제를 받았던 이재명은 경기도지사, 대선 후보를 거치며 체급이 높아졌고, 결국 거대야당의 대표가 돼 주류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그런데 4월 총선을 이끄는 이 대표가 갑옷으로 두른 것은 과거 자신이 비판했던 ‘분열의 리더십’이다.
7년 전 야권통합을 외쳤던 이 대표는 이제 당내 통합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공천 갈등으로 당을 떠나는 이가 늘고,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탈당은 자유"라고 말할 뿐이다.
선거 때의 인적쇄신은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췄다’는 공천 기준에 정작 많은 국민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선후보로 경쟁했던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로 분류된 것은 당내 쓴소리를 ‘입틀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분열에 대한 비판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건가. 쓴소리하던 비주류 이재명과 사당화(私黨化) 비판에 직면한 당대표 이재명. 무엇이 그의 진짜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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