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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총선 패하기로 작정… 신당 없다면 여당 150석 이상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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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원의 정치행간’은 국회와 정당, 대통령실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파동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비(非)이재명계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들이 공천탈락에 반발하는 가운데, 친문재인계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연쇄 집단탈당 또는 별도의 세력화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기서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는 민주당 밖 구심점으로 갈수록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민주당에서 이탈할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데려오기 위해 새로운 터를 다지는 중이다. 현재의 상황을 작년부터 구체적으로 예상하고 준비한 인물이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인 ‘원조 친노 핵심 인사’로 지난주 새미래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됐다. 친명 리더십 독주현상이 두드러지는 와중에 ‘전사’로 불리던 과거 친노 강성인사가 전면에 나선 건 의미심장하다.
조 위원장은 지난 26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4월 총선을 맞는 유권자 인식을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살아 있다고 우선 전제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비호감도’와 공천난맥상 등을 이유로 “현재의 여야 대결로 가면 국민의힘이 150석 과반의석을 넘긴다”고 단언했다. 이때 “신당인 새미래가 만들어졌으니 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 공천파동이 있는 지역은 우리 당이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비례대표 투표에서 많은 지지자들이 우리 쪽으로 이탈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권자에 의한 ‘정권심판 단일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조 위원장은 ‘제3지대 단일통합신당’의 막후 기획·조율자였다. 지난해 5월 출간한 책 ‘어떻게 민주당은 무너지는가’에서 이런 구상의 일부를 공개했지만 처음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책 출간 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측과 교감하기 시작했고 작년 9월쯤엔 당시 민주당 내 비명계 신경민 전 의원에게 처음으로 신당창당 아이디어를 권했다. 여야를 아우르는 기성정치권 개혁이 원대한 그림이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건 ‘젊은 간판’ 구상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독재적 리더십에 저항한 이준석과, 야권에선 ‘이재명 팬덤정치’에 저항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둘의 결합을 생각했다”며 “이낙연 대표는 호남 배경에 병풍이 돼주시길 떠올렸다”고 했다. 원래는 무리한 ‘이준석-박지현-이낙연’ 조합이었던 셈이다.
실제 제3지대는 4개 세력이 전격 합당선언을 한 뒤 지난주 11일 만에 결별하는 소용돌이를 겪었다. 조 위원장은 이 과정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상처받은 속내를 숨기진 못했다. 욕을 먹더라도 정치인들이 피하기 마련인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아 개인적 관심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결별 과정에서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안건의 표결로 사실상 합당파기를 유도했고, 정직하지 못했다”며 크게 실망했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당사로 쓴 여의도 한양빌딩에 자리한 새미래 사무실에서 조 위원장을 만나 향후 구상을 들어봤다.
-이낙연 대표가 최소 30석을 말했다. 그럼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 수준 아닌가. 개혁신당은 김종인 공관위원장 체제를 갖췄는데.
”(뜸 들이며) 그때 민주당 공천을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했는데 국민의당 약진은 범민주당 지지층에겐 ‘안철수 선거’가 아니라 ‘김종인 반대 선거’였다. 복합적인 결과다. 민주당은 당시 김대중·노무현 정체성으로 분명하게 뭉쳐 있었지만, 호남엔 친노패권이라며 문재인 당시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김 위원장의 과거 6공 전력이 드러나면서 문 대표에 대한 반감이 호남지역 반민주당 정서에 불을 댕겼다. 국민의당 지지도가 처음엔 미약했는데 민주당 공천파동이 극대화되면서 호남이 달라졌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것도 있고, 현역을 다수 탈락시키니 그분들이 국민의당으로 본선에서 살아났다.”
-지금 민주당의 ‘비명횡사’ 논란이 그때 공천파동과 비슷하단 말인가.
”호남에선 그런 면이 있다. 달라진 건 이 대표의 공천이 훨씬 전략적이다. 친문을 선택적으로 살려 놓고 호남현역을 많이 자르면서 젊은 사람을 심어 새 인물이란 외피를 쓰는 식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대표가 이번 총선을 패하기로 작정했다고 확신해왔다.”
-민주당 낙천자들 ‘이삭 줍기’가 더욱 중요해졌는데.
”우리는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는 걸 보고 최대한 늦게 공천할 생각이다. 기다리는 입장이다. 부당한 공천심사에 피해 보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땀 흘리고 만든 정당이다. 왜 작은 위험도 택하지 않는지 민주당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국민으로선 최악의 양당체제로 다음 대선까지 그대로 가야 하나. 좀 모험을 했으면 좋겠다. 대중은 원칙 있는 정치인을 좋아한다. 국민을 믿고 우리 쪽에 와주시면 좋겠다. 부당한 공천에 저항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다.”
-야권 지지층이 제한적인데 민주당과 새로운미래가 각각 출마하면 국민의힘이 당선되지 않나.
”과거 국민의당은 수도권에 눈에 띄는 후보가 사실상 안철수, 김성식 두 사람밖에 없었는데 우리는 수도권 지역구 후보가 많아질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기는 쪽에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를 한다. 공천파동이 있던 지역구는 우리 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신당이 없으면 국민의힘이 150석 과반 이상 이길 것이다. 지금 민주당만으로는 국민의힘을 이길 방법이 없다.”
-그럼 ‘정권심판론’이 아니라 ‘입법권력 응징’이 작동한다는 건가.
”야당심판론이 아니라 지금 같은 공천파동을 예상한 것이다. 여당은 후유증이 크지 않을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 등장 이후에도 정권견제론이 60%가 되지만, 민주당뿐만 아니라 새미래 등 신당이 견제할 수 있고, 한동훈도 견제할 수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으로 ‘윤-한 파열음’이 ‘약속대련’인지 아닌지 나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국민에겐 긍정적으로 먹힐 것으로 봤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때 파열음이 있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다 눈감아줬다.”
-정권심판론이 한동훈 효과로 약화된다는 건데, 새미래는 어떻게 활로를 찾나.
”그래서 총선투표율이 올라가야 한다. 민주당에 실망해 투표를 안 하려 했던 사람들이 신당이 생겨 표를 찍을 동기가 생겼다. 친명이든 친문이든 야권후보가 당선되려면 우리 같은 신당이 등장해 국민적 주목을 끌어야 투표율이 올라간다. 궁극적으로 새미래와 민주당, 범야권이 과반을 넘기는 게 최종 목표인데 높은 투표율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연대 대상이 아닌가.
”이미 연대가 결렬됐고, 개혁신당과 우리 지역구가 별로 겹치지 않기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이 부분을 말할 때 명확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공천심판”이란 단어를 언급했다. 국민이 민주당 공천파동을 부정적으로 지켜본다는 점에서 ‘무리한 친명 특혜’를 거친 후보의 지역구에선 새미래 후보 쪽에 표를 몰아줄 것이란 의미로 들렸다. 과거 1988년 13대 총선 때 주로 서울에선 지지층이 양분된 야당(YS의 통일민주당-DJ의 평민당) 후보 중 한쪽에 몰표를 던진 전략적 투표가 처음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른바 ‘조국신당’은 연대 대상인가.
”비례대표에선 경쟁상대라고 본다. 조국신당을 하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그런 공직자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2심 유죄를 받고서도 신당을 창당하는 분이 우리 쪽에선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약속을 드린다. 제가 작년에 책을 쓴 이유가 우리 정치가 과거엔 민주당이 계속 쇄신하고 최소한의 도덕성을 지켰기 때문에 대안이 됐다. 지금 민주당은 기본 염치조차 없어졌다. 그런 정당 하지 않으려고 새미래를 만들라고 조언드렸다.”
-제3지대 거대구상으로 출발해 민주당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한 느낌이다. 총선의 시대정신이 뭐라고 보나.
”유권자 입장에선 우리 선거에서 경쟁이 사라졌다. 예전엔 호남과 영남만 그랬는데 요즘엔 수도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서울은 강남과 강북 거주지 분리가 일어나고 경제수준에 따라 당선되는 정당이 정해진다. 그러다 보니 당이 사당화된다. 지금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김대중 총재 시절보다 당대표 권한이 더 막강해졌다. 북한 김정일 수준이다. 만장일치로 통과하는 의원총회가 왜 있어야 하나. 제3정당이 나와야 경쟁이 살아나고 민주주의 꽃인 선거가 의미가 있다. 우리 쪽 당선자가 많을수록 제3지대를 영속할 욕구가 생기고 선거제를 바꿔 기득권 양당으로 없어진 경쟁을 살려낸다. 우리는 선거 후 국회 밖에 선거구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3, 4년 내 선거구제 개혁을 할 수 있도록 공약을 내놨다. 양당정치의 경쟁자를 만들어 정치의 수준을 높이라는 게 총선의 시대정신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준석 대표에 대한 개인적 관심은 끝이 났나.
”11일 만의 합당번복 결별이라지만 사실은 지난 13일 첫 최고위원회의와 14일 후속 회의 끝에 15일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실제론 딱 이틀 만에 깨진 셈이다. 그때까지 나는 ‘중매쟁이’였다. 전권을 달라는 건 합당 합의 취지에 어긋난 것이었고, 정의당 모 인사에게 자신이 했던 발언을 이낙연 대표에게 똑같이 하라는 건 반민주적 행태이자 결례였다. 자신의 지지층 탈당이 이어지면서 이준석 대표가 패닉이 된 것을 개인적으론 이해를 했다. 그렇지만 그는 선을 넘었다. 합의파기 하루 만에 내가 새미래 공관위원장을 맡은 게 우리가 파기를 기획한 증거라고 주장한 점이다. 이 사실은 나도, 그도, 개혁신당의 최고위원들도 알고 있었다. 객관적인 증거도 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을 마치 몰랐던 것처럼 음모론을 제기하는 건 정직하지 않다. 헤어질 때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 심지어 나는 ‘보수의 노무현’까지 기대했는데, 부끄럽다. 국민들께 사과드린다.”
-제3지대 단일정당의 개인적 포부는 접은 건지 확실하게 얘기해달라.
”처음부터 신당과 연합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목표였다. 중도에서 연합의 싹을 키워 보고 싶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 거대 양당 간 대연정이지 않았나. 국민의힘이 과반을 넘는다면 국민이 너무 힘들어진다. 새미래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민주당의 사천을 심판하면서, 동시에 민주당과 연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독주를 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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