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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의 손흥민' ... 작가 김동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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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2018년 초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앞이었습니다. 마주한 얼굴은 '당혹' 그 자체였습니다. 중학교 중퇴 뒤 작은 주물공장에서 10년 일했다는 노동자가 재미 삼아 인터넷에 올린 글들을 묶어 책으로 냈는데, 그 책을 보고 왔다는 기자가 '작가님' '작가님' 해대니 난감했던 모양입니다. 물어보니 대답은 하는데 내가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건가,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이제는 모두 14권의 소설책을 낸, 첫 책 '회색 인간'은 100쇄 30만 부가 판매됐다는 김동식 작가와의 첫 만남 얘기입니다. 국내만 그런 게 아닙니다. 그의 책은 일본, 대만, 러시아 등에 소개됐고, 그 덕에 모스크바국립대학생들 앞에서 특강도 했습니다. 첫 에세이집 제목이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인 까닭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회색인간에서 벗어난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론 그의 자존감이 궁금했습니다. 어려웠던 가정환경 탓에 작가는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다 올 때면 일부러 '바지 주머니에 구멍 났다'며 까뒤집어 보였다고 합니다. 너네 집에서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다고, 의심받기 전에 선수 치는 겁니다.
그런 작가가 자신의 자존감 뿌리로 '킹오파', 그러니까 대련 격투 게임 '킹 오브 파이터즈'를 꼽더군요. 한 판에 100원, 이기면 계속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돈 없으니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그러다 80연승 대기록까지 세웁니다. 친구들이 열띤 응원을 보내는 '오락실의 손흥민', 그게 '초단편소설의 손흥민'을 가능케 한 힘이었다고 합니다.
피식, 웃음이 샐 얘기입니다만, 어쩌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불행하다는 건 그 느낌을 잃어버려서가 아닐까요. 자존감이란, 아무리 사소하다 해도 스스로 '무언가의 손흥민'이라 느낄 수 있을 때 생기는 건가 봅니다. 당신이 느끼는 '무언가의 손흥민'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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