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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협박에 '방검복' 입은 교사… 수차례 보호 요구에도 학교는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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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살해 협박을 견디다 못한 교사가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는 일이 발생했다. 추락한 교권과 보호받지 못하는 교사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충격을 줬다. 이 교사는 방검복 착용 전 학교 측에 수차례 살해 협박 사실을 알리고 보호 조치 등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A교사가 학교 측에 살해 협박 사실을 처음 알린 건 지난해 9월 8일이다. 당시 B군 등 일부 학생이 공개된 장소에서 “(A교사를) 칼로 찔러 죽이겠다. 가족까지 죽인다”고 말했다. B군 등의 발언 수위는 “우리는 미성년자라 처벌 안 받는다”, “목을 찌르면 한 방에 간다”는 등 점점 구체화됐다. 당시는 서울 신림역과 경기 분당 서현역 등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지고, 대전에서는 20대가 옛 스승을 흉기로 찌르는 등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던 시기였다. 지켜보던 다른 학생들이 A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불안감을 느낀 교사는 교장에게 교육활동침해 신고를 하며 보호 조치, 휴가 등을 요구했지만 “기다려보라”는 답만 들었다. 3일 뒤 사실확인서까지 제출하며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북도교육청이 발간한 매뉴얼인 ‘교육활동 보호 길라잡이’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피해를 입은 교원에게 학교장이 즉시 보호 조치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해당 학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살해 협박 당사자인 B군을 앞에 둔 채 수업을 하던 A교사는 결국 9월 12일, 걱정하는 아내가 마련한 방검복을 입고 출근했다. 이후 이틀간 “잠을 못 잔다”, “악몽에 시달린다”며 학교에 휴가를 요구했지만 또 묵살됐다. 얼마 뒤 A교사는 다른 학생과 상담 도중 갑자기 구토 증세가 나타나고 극심한 공포감을 호소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여 정신과로부터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해당 학교에 항의 후 방문을 통보한 뒤인 15일에야 A교사는 특별휴가와 공무상 병가, 연차 등을 받았다.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협박 등으로 교사가 4주 이상 진단서를 제출하면 학교는 즉시 분리 조치 및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지만 해당 학교는 전북교육청에 보고도 누락했다.
살해 협박이 있었는지 조사하는 과정도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9월 13일 A교사의 요청으로 B군 등이 속한 반 학생 전수조사가 이뤄졌다. 그런데 B군은 조사 전날 반 아이들에게 “내일 조사 때 내 (협박 발언) 얘기 하지 말라”는 전화를 돌렸다. 알고 보니 학교 측이 전수조사 사실을 하루 전 B군에게 미리 알려준 것이었다. 전수조사 당일에도 문제가 있었다. B군과 나머지 학생들이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조사가 이뤄져 일부 학생이 항의한 뒤에야 분리 후 조사가 실시됐다.
이후 개최된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도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사건을 조사하며 당사자인 A교사나 목격 학생 상담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교보위 개최 당일인 10월 13일 A교사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준 게 전부였다. 이를 바탕으로 B군 등에겐 7일간 출석 정지와 사회봉사 처분이 내려졌다. 전북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가 6개월 정신적 상해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느냐”며 “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더 강한 처분이 충분히 가능했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이 사건 축소에만 급급한 모양새를 취한 이유에 의구심이 들어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학교는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B군은 출석정지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A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A교사가 2022년 4월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을 지도하던 중 B군 등과 언쟁을 벌인 일을 문제 삼고 있다. A교사는 B군의 소매와 팔을 잡았다고 말하고, B군은 멱살을 잡혔다고 반박하는 등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사건을 접한 A교사 지인과 제자들은 더 안타까워하고 있다. A교사가 이른바 ‘문제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선도에 적극적이었던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학교 인근에서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 중인 김선자(53)씨는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수상안전요원 자격증 취득시켜 대학을 보내겠다며 함께 수영장에서 수업하고 식당 찾아와 밥 먹여 등교시키곤 했다”고 했다. 졸업생 C군도 “가정이 어렵고, 상처 많은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밥 사주던 선생님”이라며 “그런 학생들을 위해 주말이나 방과 후 따로 수업하고 밤늦게 바비큐 파티를 열어줬다”고 기억했다. 현재 휴직 중인 A교사는 14년째 머물렀던 교단을 이제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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