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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러시아인"… 러, 우크라이나 아이들 '정체성 말살' 교육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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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존재하지 않고, 존재했던 적도 없고, 우리 모두 러시아인이야."
우크라이나 아동 베로니카 울라센코(14)는 러시아 학교에서 교사와 동급생들에게 반복적으로 이런 말을 들었다. "너는 여기에 영원히 머물 것이고, 결코 러시아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매일같이 들었다. '친우크라이나주의자'라며 맞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살던 울라센코는 12세였던 2022년 3월 전쟁을 피해 러시아 난민수용소로 흘러들었다. 그가 러시아 학교를 다니게 되자 정체성을 지우려는 세뇌가 날마다 이어졌다. 이때 체중이 줄고 머리카락이 빠졌다는 울라센코는 "모두가 나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해 끔찍한 말을 하는 상황에서 혼자 있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위험을 무릅쓰고 손녀를 구출하러 온 할머니 덕분에 우크라이나로 돌아간 울라센코는 "다른 어린이들도 집으로 돌아오도록 돕고 싶다"고 호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아동 '정체성 빼앗기' 정황이 또다시 포착됐다. 영국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울라센코의 사연을 소개하며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재교육'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 혐의로 지난해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체포영장까지 발부됐지만 우크라이나 아동을 납치해 정체성을 지우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정체성 빼앗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 산하 인문학연구소는 지난해 2월 펴낸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4~17세 우크라이나 아동 최소 6,000명에게 러시아의 문화·역사를 주입하는 사상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22년 12월 러시아에 납치된 우크라이나 아동 사샤(12)가 "우크라이나인들은 악하다"며 세뇌당하고 러시아어 사용을 강요받은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전쟁 기간 중 우크라이나 아동을 납치해 정체성을 말살시켜 온 것으로 악명이 높다. 러시아가 납치한 아동은 공식 집계로만 2만여 명이며, 우크라이나 당국은 실제 규모를 10배로 추산한다. 가디언은 "러시아 관리들이 70만 명을 데려갔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아이들을 곧 집으로 데려올 방법이 없다면 아이들을 '재교육'하려는 러시아의 체계적 프로그램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고 짚었다. 지난 1일 러시아의 아동 납치와 관련해 라트비아에서 열린 회담에서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도 우크라이나의 동맹국·중립국에 아이들을 데려오도록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젤렌스카 영부인은 "어른에게 아이를 구조하는 일을 돕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ICC의 결정은 로마규정 당사국이 아닌 러시아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며 체포영장을 무시하고, 우크라이나 아동 재교육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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