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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뚜껑 닫아서 분리배출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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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페트병을 배출할 때 뚜껑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일반적인 조건이라면 라벨은 떼고 뚜껑은 닫는 게 좋다. 페트병 뚜껑은 부피가 매우 작기 때문에 뚜껑을 분리해서 배출하면 선별이 어렵다. 선별이 되지 않으면 재활용이 안 된다. 또한 뚜껑이 없으면 페트병 속으로 오염물질이 들어와서 재활용에 좋지 않다.
뚜껑을 닫아서 배출하면 페트병 재활용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필요 없다. 재활용 공정에서 쉽게 분리되기 때문이다. 뚜껑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혹은 폴리프로필렌(PP) 재질로 만드는데 물에 뜨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반면 페트병은 물에 가라앉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페트병 재활용 공정 중 파쇄 후 물에 씻는 과정에서 뚜껑 조각은 물에 뜨고 페트병 조각은 물에 가라앉기 때문에 각각 분리해서 재활용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뚜껑은 분리 후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페트병 목에 남아있는 뚜껑 고리도 굳이 떼 낼 필요는 없다. 물론 뚜껑만을 따로 모아 고품질로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뚜껑을 분리하는 것도 괜찮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분리수거 및 선별체계에서는 뚜껑만을 모을 수 없기 때문에 닫는 것이 좋다.
뚜껑을 닫는 것은 바다쓰레기 관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부피가 작은 플라스틱이 바다로 들어가면 해양 생물들이 삼키거나 뚜껑 고리에 끼일 수 있고, 따로 수거하기도 어렵다. 2018년 유럽의 해변가 일회용 플라스틱 모니터링 결과 음료수 병과 뚜껑이 가장 많이 발견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023년 4월부터 9월까지 벌인 제주도 해안가 쓰레기 줍기 캠페인 결과도 마찬가지로 페트병과 뚜껑이 1,193개로 두 번째로 많이 발견됐다.
소비자가 페트병을 배출할 때 뚜껑을 닫는 것이 재활용률을 높이고 바다쓰레기 관리를 위해서도 좋다면 페트병을 만들 때부터 뚜껑이 페트병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만들면 되지 않을까. 소비자를 대상으로 페트병 뚜껑을 닫아서 분리배출해야 한다고 캠페인만 할 게 아니라 페트병 구조 자체를 바꾸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 아닌가?
놀랍게도 이런 생각을 규제로 만들어 실제 적용하려 하는 곳이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7월 3일부터 페트병 음료를 시장에 판매하는 모든 생산자에게 뚜껑이 페트병에서 떨어지지 않는 일체형 구조로 만들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019년 6월 발표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규제 지침의 내용인데 5년의 준비기간을 준 후 드디어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2022년부터 영국을 시작으로 뚜껑 일체형 페트병을 출시하고 있고, 서울시도 2022년부터 아리수 수돗물 페트병에 뚜껑 일체형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EU 내 음료 생산자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 음료 등을 수출하려는 국내 기업들도 페트병 디자인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여러 업체에서 관련 기술도 이미 개발돼 있다. 음료 생산 공정 전체 변경이 아니라 뚜껑을 만드는 공정 일부만 변경하면 되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알루미늄캔의 경우 뚜껑이 몸체에서 분리되면 재활용 비용을 더 많이 내도록 불이익을 주고 있다. 뚜껑이 떨어지면 뚜껑을 재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페트병 뚜껑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악마도 신도 디테일에 숨어 있다. 소비자 분리배출에만 의존하지 말고 디자인을 먼저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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