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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착한 진화... 언어장애인의 '입',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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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올해 혁신상을 수상한 '위스프(Whispp)'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실시간 음성 변환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사고나 인후암 등으로 건강한 목소리를 잃거나 말더듬 같은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이 스마트폰에 대고 속삭이면, 앱이 이를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변환해 준다. 무성음을 유성음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 목소리를 모방하는 딥페이크(이미지, 목소리, 영상 등을 진짜처럼 합성하는 기술) 기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CES 2024 개막을 이틀 앞둔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위스프 관계자는 이 앱에 대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말더듬이 심한 사람은 속삭이듯 말하면 말더듬 빈도를 평균 85%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수년 동안 AI는 마케팅 용어에 가까웠다. 기업들은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AI가 활용됐다고 홍보하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런 경향은 2022년 말 챗GPT의 등장과 함께 바뀌기 시작했다. 개념으로만 떠돌던 AI가 이제는 진짜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개개인의 다양한 필요에 맞춰 진화하고 있음을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공식 사전 행사 '언베일드(Unveiled)'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언베일드는 CES에 참가하는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에서 온 취재진에게 전시품을 먼저 선보이는 무대로, 올해 이 자리를 관통하는 화두 역시 AI였다.
프랑스 스타트업 우리온(Oorion)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앱을 이날 언베일드에서 소개했다. 앱에 대고 "물병을 찾아 줘"라고 말한 뒤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해 주면 앱이 실제로 물병을 찾아 준다. "주변을 말로 설명해 달라"고 주문할 경우엔 "앞쪽 가까이에 테이블이 있고 물병이 올려져 있다"는 식으로 설명해 주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에게 '눈'이 돼 주는 착한 앱으로,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미국 스타트업 SDS의 총격 감지 솔루션은 특수 제작된 음향 및 적외선 센서를 통해 총성을 인식하고, AI가 총격 발생 위치를 파악해 경찰 등에 전송한다. 총기 사고 발생 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발됐다. SDS 관계자는 "총격을 빨리 감지할수록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미국의 학교와 정부, 직장 등에 보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진지한' 제품만 나온 건 아니다. 가볍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주문을 받으면 그에 걸맞게 형형색색 조명을 켜 주는 스타트업 고비의 이른바 'AI 조명 봇'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우리 집을 바비 드림하우스처럼 만들어 줘"라고 명령하면, 바비 인형의 상징색인 분홍빛 물결 모양 빛을 뿜어내는 식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아이디어 상품 역시 대거 등장했다. 도메틱스(domethics)는 반려견·반려묘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AI 침대를 선보여 CES 혁신상을 받았다. AI가 탑재돼 개나 고양이의 심장 박동, 호흡 상태, 수면·휴식의 질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이 결과는 주인 스마트폰 앱에 표시되고, 이상이 감지될 땐 주인이 돌볼 수 있도록 알람을 보내 준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늘 확인하고 돌볼 수 있는 것이다.
스위스 스타트업 플래피(Flappie)가 올봄 출시를 앞두고 공개한 AI 기반 고양이 전용 출입문도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언뜻 보기엔 일반적인 투명 플라스틱 문 같지만, 움직임 감지 센서와 야간 투시 카메라가 달려 있어 고양이의 움직임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인지해 낸다고 한다. 플래피 관계자는 "강아지나 쥐가 지나가려 할 땐 열리지만, 고양이가 밖으로 나가려 하면 굳게 잠겨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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