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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은 어떻게 '자진 월북자'로 둔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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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7일 공개한 최종 감사 결과를 통해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을 문재인 정부의 '자진 월북' 지침에 따른 조작이라고 밝혔다. 월북으로 단정할 수 없는 증거는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사생활 정보를 부풀려 왜곡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당시 정부가 이씨에 대해 △적극적인 신변보호 및 구호 조처를 취하지 않고 △북한 군에 의해 이씨가 피살돼 소각되자 이 사실을 숨기려 군 기록을 삭제한 뒤 △표류 정황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을 은폐·누락하고 △이씨의 치부와 불분명한 근거를 부각해 자진 월북자로 몰았다고 결론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0년 9월 22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처를 표류하던 이씨가 숨지자 청와대는 다음 날 오전 1시 첫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이때 국가안보실은 ‘보안 유지’ 지침을 하달하고 오전 2시 30분에는 합동참모본부에 관련 비밀자료 삭제를 지시했다.
9월 24일 안보실은 이른바 ‘월북 가이드라인’을 하달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이날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국방부에 자진 월북을 기초로 한 종합 분석 결과를 작성·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합참은 이씨가 △혼자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CCTV 사각지대에서 이씨 소유 슬리퍼가 발견됐고 △북측 해역 발견 당시 소형 부유물에 의지한 데다 △북한군 발견 당시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며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음 날 군 첩보를 확인한 결과, 이씨는 민간어선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한자가 기재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이씨가 타고 있었던 배에 비치된 구명조끼 수량에도 이상이 없었다. 이씨 소유로 추정됐던 슬리퍼에서도 여러 사람의 DNA가 검출됐고, 배 안의 부유물 수량에도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은 9월 22일과 23일 두 차례 분석에서 ‘월북 의사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지만, 안보실 지침으로 인해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해양경찰청도 마찬가지였다. 합참 초기 분석보고와 다른 근거자료를 확인하고서도 29일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월북 증거인 표류예측 결과도 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이씨가 ‘인위적 노력’으로 북한 해역에 도달한 것을 월북의 근거로 사용하기 위해 표류예측 결과를 분석하면서 ‘NLL 해상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 국립해양조사원 등 4개 기관의 표류 가능 위치를 은폐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또한 구조대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로 부유물에 의지해 불과 1㎞를 수영하고 도출한 속도인 '시간당 2.22㎞'를 근거로, '17시간을 천천히 수영하면 33㎞를 갈 수 있다'고 실험 결과를 왜곡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의 당시 심리 상태에 대해 전문가 2명은 “이미 사망해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가 아닌 구두로 추정한 심리상태를 짜깁기해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했다"고 왜곡했다. 아울러 이씨의 도박, 채무, 이혼 등 사생활을 부각시켰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서훈 전 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서 전 실장 측은 관련 첫 공판에서 "은폐는 사실이 아니며 월북 또한 여러 정보를 취합해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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