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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망 먹통' 정부, 카카오 때와 달리 스스로에 관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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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국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에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비교하면 정부에 책임을 묻는 잣대가 유독 느슨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보 시스템에 장애가 생겼을 때 장·차관, 실·국장급에서 책임지는 걸 본 적이 없다"며 "보통 하청업체에서 책임을 져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하청업체 한두 곳 자르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이번 일은 반복될 것"이라며 "사고의 책임을 원청도 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취지가 정보기술(IT) 시스템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오전부터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공무원용 민원 처리 시스템 '새올'과 온라인으로 민원 서류를 떼어볼 수 있는 '정부 24'가 한꺼번에 작동하지 않으면서 국가 행정전산망은 56시간가량 마비됐다. 초유의 사태에도 19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고는 났지만 신속하게 움직여서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복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고,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제대로 된 원인과 대책을 내놓지 못해 여론을 들끓게 했다.
정부 태도는 지난해 10월 데이터 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 때와 대비됐다. 당시 대통령실은 '카카오의 독과점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카카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그룹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남궁훈 당시 카카오 대표는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진행자가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달리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는 것이냐"라고 묻자, 김 교수는 "주말이 끼여서 그나마 다행이지, 입시 서류 내는 기간이었거나 취업 기간이었으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우리가 들이대는 잣대가 기업에는 가혹하고 정부에는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서의 여러 의문점을 들며 정부 관리 소홀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행안부 '네트워크 장비'가 원인이라고 했는데 이게 진짜 이유였다면 더 빠른 시간 안에 고쳐졌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데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오류가 난) 그 시간쯤 다른 여러 장비들이 동시에 업데이트됐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주무부처에서 업데이트 관리를 소홀히 해 여러 업데이트가 충돌한 게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평일에 업데이트를 진행한 점도 관리 소홀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업데이트 일정은 기업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분명히 주무부처와 협의한다"며 "부처가 업데이트 전체 계획을 세우고 관리해야 했는데, 파악이 제대로 안 돼 업데이트가 중구난방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주무부처 관계자를 제외한 팀을 구성해 투명하게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교수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도 출연해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외부의 전문 민간 기업들이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며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객관적인 팀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TF를 통해선 정부 전산망의 이원화 시스템이 충분한 수준으로 확보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정부는 이원화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점을 나무라며 몰아세웠다"며 "당시 카카오에 적용한 기준만큼 정부 시스템에도 이원화가 철저히 돼 있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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