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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구와 정치가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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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대 5만1,266(한국과 일본의 여자 고교 농구 선수).
저변(底邊)은 사물의 근본을 이루는 바탕을 뜻한다. 보통 확대라는 단어를 수반해 ‘저변 확대’라는 표현이 관용구처럼 쓰인다. 한국일보가 지난주 보도한 기획기사에서도 취재기자들은 ‘저변 확대’라는 표현을 가장 많이 썼다. 기자들의 개인적 생각을 적은 게 아니라,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말을 그대로 옮겼을 뿐이다.
실제로 현재 돌아가는 걸 보면 미래는 정말 암울하다. 지난달 막을 내린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여자 농구는 일본에 23점 차이로 완패했다. 단조로운 플레이와 답답한 경기 운영을 지켜본 이들은 양국 간 실력 차이를 절감했다. 남자 농구도 2진급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졌다. 단순히 한 경기에서 패한 게 문제가 아니었다. 당분간 일본은 극복하기 어려운 상대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대한농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고교 농구팀은 19곳이고 등록 선수는 148명에 불과하다.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5개 팀은 최소 인원인 5명이 없어 주말리그에 불참했다. 참가팀 14곳 중에서도 7곳은 선수가 5명뿐이라, 한 명이라도 다치면 4명만으로 경기를 뛰어야 한다. 올해 주말리그 38경기 중 4명으로 뛰거나, 선수가 없어 고의 파울로 경기를 조기에 끝낸 ‘비(非)농구’도 9경기나 나왔다.
우리 선수는 일본의 0.3% 수준으로, 저변 확대 없이는 더 추락할 게 자명하다. 일본은 여자 고교 농구팀만 3,540개에 선수는 5만1,266명에 달한다. 중고교에는 우리처럼 직업 선수를 꿈꾸는 학생만 모아 놓은 운동부가 거의 없다. 대신 운동선수가 되려는 학생과 단순히 스포츠를 즐기려는 학생이 부카츠(部活∙부활동)라는 공간에서 함께 땀을 흘린다. 우리로 치면 운동부와 동아리의 중간 형태다. 농구뿐 아니라 야구, 축구, 배구, 육상, 수영 등 주요 종목 유소년 선수들이 학교 부카츠에서 훈련하며 학업을 병행한다.
저변 확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병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는 ”우리는 20~30평 밭에서 선수를 수확하고 있는데, 일본은 2만~3만 평 밭에서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그동안 대등한 경기를 해왔던 게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소수의 ‘스포츠 전사‘ 육성을 통한 성적 지상주의와 결별할 때가 됐다는 진단이기도 했다. 결국 학교 체육 강화와 생활 스포츠 활성화를 통한 저변 확대 없이는 백약이 무효다. 대부분 공감하는 해법이지만 앞장 서는 사람이 없어 그동안 실천을 못했을 뿐이다.
한국 스포츠를 살리기 위한 해법은 한국 정치에도 적용할 법하다. 국가대표급도 아닌 소수의 직업 정치인들이 여의도에 버티고 있다 보니, 주요 정당의 다선 의원들은 청년 정치인 발굴 등 저변 확대보다는 ’나 아니면 안 된다’며 선거 때마다 얼굴을 내밀었다. 살점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버티다가 명예롭게 퇴진하지도 못하고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총선이 다가오자 여야가 인재 영입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만큼은 예능 프로그램에 연예인 출연시키듯 각계 유명 인사 입당을 인재 영입이라고 포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직업 정치인 못지않은 양질의 생활 정치인들이 주변에 수두룩하다. 그들을 잘 발굴한다면 정치권의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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