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내 영정, 직접 그리고 싶어요" 미술학원 찾은 할머니의 꿈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좋은 작품이 많다는데 무엇부터 클릭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존재론적 물음이다. 여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또 세월이 앉은 주름이 조금은 덜 드러나는 얼굴로,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싶은 노인이 있다. 영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자 직접 영정에 쓸 자화상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죽음에 가까워진 이의 마지막 꿈이다.
네이버웹툰에서 올해 연재된 백원달 작가의 '노인의 꿈'은 여기서 시작한다. 작은 미술학원에서 자화상 그리기 수업을 하게 된 할머니와 미술 선생님, 주변 사람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저마다의 꿈을 말한다. '어른이'를 위한 동화와 같다. 비교적 짧은 연재(총 34화)였지만 풍부한 삶의 감정, 가볍지 않은 고민을 담았다.
이야기는 열 번의 수업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작은 동네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막 쉰이 된 '윤봄희'. 길 건너 브랜드 미술학원이 생긴 후로 원생이 점차 줄어 고민하던 차에 81세 '심춘애'를 첫 노인 수강생으로 받는 날이 첫 화에 담겼다. 3개월 후 이사를 가서 그 안에 자화상을 완성하고 싶다고 한 춘애와 봄희의 수업,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담백하게 그려진다.
초반에 들려주는 춘애의 담담한 사연에, 독자는 그의 꿈이 이뤄지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읽게 된다. 드라마·뮤지컬 등으로도 인기를 얻은 웹툰 '나빌레라'에서 발레에 도전하는 노인을 응원하듯이. "딸들이 빌려온 흐리멍덩한 색깔의 한복"도 마음에 안 들고 "얼굴에는 쭈글쭈글한 주름이 가득"한 것도 정말 싫었다는 춘애의 말. 컴퓨터로 사진을 고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들과 만나는 내 마지막 모습을 내가 직접 준비하고 싶다"는 진심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진다.
"세상 모든 사람이 어떻게 모두 꿈을 이루면서 살겠나. 다 똑같이 사는 거지." 작가는 이 말에 반기를 든다. 다 똑같아 보여도 그 안에 소소한 꿈을 갖고 이루며 살 수 있다고. "꿈은 언제부터 봉인된 단어가 됐을까"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인물은 춘애만이 아니다. 식품유통회사에 다니는 봄희의 남편은 "마흔아홉의 위태로운 샐러리맨"이다. 겉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직장이다. 하지만 국문학을 전공하고 작곡 동아리 활동하며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던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음악이 있다. 우연한 계기로 기타 케이스에 내려앉은 뽀얀 먼지를 걷어내는 장면은 꿈을 잃지 않은 독자를 향한 응원처럼도 보인다.
작화는 온기 있는 스토리와 잘 어우러진다. 겨울마저도 따뜻하게 느끼게 하는 색감과 동글동글한 인물선 등이 친근감을 높인다. "그림의 좋은 점은 되돌릴 수 있다는 거다. 그림은 현실의 시간을 사용하여 그림 속 시간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린다." 시 등단에 도전한 적 있다는 백 작가가, 중간중간 스프링 노트에 메모한 듯 적은 이런 글귀들은 감동을 더 크게 한다. 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 서양화를 부전공으로 택한 봄희의 딸 '꽃님이'가 꿈꾸는 "글과 그림이 만나는 순간"처럼 말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