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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잠기고 뽑히고 부러졌다… 한반도 할퀴고 빠져 나간 '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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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수직으로 할퀴고 지나간 제6호 태풍 ‘카눈’의 위력은 거셌다. 대구에선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고, 강원 영동지역엔 40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서울에서도 한옥 지붕 일부가 붕괴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1만 명 이상이 불어난 물을 피해 긴급 대피했다.
11일 각 지자체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태풍과 백두대간이 자리한 지리적 영향이 겹친 강원 영동지역은 전날인 10일부터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퍼붓는 비로 도로 곳곳이 잠겨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강릉과 동해, 삼척, 속초, 고성, 양양 등 동해안 시군에서 비 피해 360건이 접수됐다. 고성에선 오후 한때 간성읍, 거진읍 시가지가 물에 잠겼다. 거진읍 생활체육센터로 대피한 김모(71)씨는 “오후 들어 한치 앞이 안보이더니 금새 마을 입구가 불어난 물에 막혀버렸다”며 “피해 없이 집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속초에서도 금호동 등 주택 44곳과 관광시장 등 상가 32곳이 물에 잠겼다. 한두삼 속초관광수산시장 상인회장은 “태풍 전에 배수로 정비를 다 마쳤지만, 비가 이렇게 쏟아지니 대책이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삼척 궁촌과 강릉에도 각각387㎜, 346.9㎜가 쏟아지는 등 영동 남부지역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강릉에서는 이날 오전 경포 해수욕장 인근 진안상가가 물에 잠겼고, 경포호 인근 도로에서는 침수 피해로 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일부가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태풍이 이날 밤 늦게 경기 동부까지 북상하면서 서울도 태풍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종로구 필운동에 있는 한옥 지붕 일부가 무너져 인근 두 가구가 긴급 대피했다. 다행히 빈 집이어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 종로구 관계자는 “건축 전문가가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기와와 외벽 보수는 필요하지만 추가 붕괴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오전 9시 47분에는 강북구에서 주택 마당으로 나무가 쓰러지면서 외벽 펜스가 붕괴됐고, 서대문구와 양천구, 노원구, 광진구, 도봉구 등에서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나뭇가지가 부러졌다는 신고가 다수 접수됐다. 서울 시내 하천 27곳은 모두 전면 통제됐고, 서울둘레길을 비롯해 주요 숲길 380개 노선도 통행이 금지됐다.
앞서 이날 낮 12시 33분쯤 대구 군위군 효령면 불로리 하천에서 A(6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오후 1시 45분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장애인이 도랑에 빠져 실종됐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는 오전 8시5분 멈춰 섰던 시내버스 밑바닥을 맨홀 뚜껑이 뚫고 올라왔다. 승객은 모두 무사했다. 경북 구미시 선산읍 독동리에서 천연기념물 357호로 지정된 수령 400년의 반송(줄기가 밑동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져 가지와 구별 없이 마치 우산과 같은 모습을 한 소나무)이 강풍에 쓰러졌고, 수령 600년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제103호 속리산 정이품송 가지 2개도 부러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0일 오후 10시 기준 17개 시도, 122개 시군구에서 1만1,410가구 1만5,411명이 일시 대피했다고 밝혔다.
하늘길과 뱃길도 무더기로 끊겼다. 14개 공항 405편이 결항했고, 여객선은 97개 항로 127척, 도선은 76개 항로 92척이 운항 중단됐다. 철도는 이날 첫차부터 고속열차 161회, 일반열차 251회, 전동열차 44회의 운행이 중지됐다. 집중호우 피해를 복구 중인 3개 노선(충북ㆍ정선ㆍ영동 일부)도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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