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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주의 끊겠다"던 민주당, 돈 봉투 의혹에 또다시 '방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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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12일 부결됐다. 이재명 대표가 대국민 사과까지 한 사안임에도 '친정'인 민주당 의원 다수가 익명에 기대어 동정표를 던진 결과로 풀이된다. 잇단 도덕성 논란으로 지난달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 "온정주의를 과감히 끊어 내겠다"고 밝힌 민주당의 반성문이 무색해졌다.
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93명 중 찬성 139표, 반대 145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이어 진행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재석 의원 293명 중 찬성 132표, 반대 155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정의당도 방탄 국회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터라 이날 반대표 다수는 민주당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번 체포동의안은 앞서 부결된 이재명 대표나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과 달리 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돈 봉투 사건은 관련자들의 녹음 파일 등이 일찍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이 이전처럼 '검찰의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대응하기보다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4월 17일 "공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공개 사과를 했다. 윤·이 의원도 5월 초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됐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은 '설혹 돈 봉투 살포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관행에 따른 일이었고 사익 추구는 아니었다'는 온정주의가 강하게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이 건으로 사적 이득을 취한 것이 하나도 없다. 저는 후보자도 아니었다"고 주장했고, 이 의원도 "제가 무슨 뇌물을 받은 것도 돈을 착복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의원 20여 명에 대해서도 앞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될지도 모른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거대 의석(167석)을 방탄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표결이 실시된 현역 의원 체포동의안은 이번까지 총 5건이다. 이 중 노웅래 의원(지난해 12월)과 이재명 대표(올 2월), 이날 윤·이 의원까지 민주당 출신 의원의 체포동의안 4건은 모두 부결된 반면, 올 3월 하영제 무소속 의원 체포동의안은 당시 소속 정당(국민의힘) 찬성 당론 속에 가결됐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의혹이 잇달아 터지자 지난달 14일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 '동료 의원이라는 이유로 우리 자신에게 관대하고, 해야 할 일을 방기하지 않았는지 자성한다. 통렬히 반성한다'는 내용의 쇄신 결의안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와 정반대의 표결을 하면서 혁신위원장 인선을 계기로 드라이브를 걸고자 했던 민주당의 쇄신 노력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특히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표의 공약이기도 하다.
당 일각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을 자극해 부결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방탄 프레임을 강화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 한다는 것이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표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한 장관 체포동의 요청과 관련해 "민주당을 범죄 집단으로 매도하는데 상당히 모욕적이었다는 의원들이 있었다"며 "(한 장관 발언으로)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본보 통화에서 "당초 가결해야 한다는 의원들이 더 많았는데 이날 한 장관 발언으로 상당히 많이 돌아선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장관은 윤·이 의원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시게 된다"며 "돈 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 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언급해 본회의장에선 민주당 의원들의 야유과 고성이 터져 나왔다. 표결 당일인 이날 검찰이 돈 봉투 살포 혐의와 관련된 선거 컨설팅 업체를 압수수색한 것도 표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한 장관은 이에 대해 "공당이 하기엔 참 구차한 변명"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고착화하고 있는 '방탄' 이미지와 관련하여 향후 프레임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부결이든 가결이든 방탄이라는 프레임은 국민의힘이 놓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공화국이냐 아니면 방탄국회냐 두 가지 프레임 싸움에서 국민들이 어느 것에 더 무게를 두고 볼지 여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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