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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중국대사가 쏘아올린 '한중 외교 마찰'... 갈등 해소의 '출구'는 까마득

입력
2023.06.12 20:00
수정
2023.06.13 00:3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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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싱하이밍 대사의 비외교적 언행" 지적
중국, '대만 문제' 등 윤 정부 외교 노선에 불만
당분간 경색 불가피... 한중일 정상회의로 돌파?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강성 발언 파장이 일시적인 한국과 중국 간 긴장 상승에 그치지 않을 조짐이다. 한국은 '싱 대사의 언행'을 갈등 증폭의 1차적 원인으로 지목하는 반면, 중국은 "양국 관계 악화의 책임은 한국에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한미 동맹 중심 외교 노선'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외교 마찰 사태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 시각부터 엇갈리는 탓에, 갈등 해소를 위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 건 더욱 요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연일 싱하이밍 두둔..."한국이 과민"

중국은 연일 싱 대사를 두둔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싱 대사의 '가교' 역할이 적절치 않으면 한중 관계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한국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각계각층의 인사와 광범위하게 접촉·교류하는 건 싱 대사의 직무"라고 맞받았다. 이어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중한 관계 발전을 유지·추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겁박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는데, 이는 '정상적 직무 범위 내의 언행'이라고 감싼 것이다.

관영 매체들도 거들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싱 대사 발언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을 '과민 반응'으로 규정한 뒤, "반중 감정을 선동해 한국 내 진보 세력을 탄압하려는 게 진짜 목적"이라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 매체는 칼럼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대미 편향 외교를 편다고 지적하며 "한국이 미국 전략에 동조해 중국을 적대적인 국가로 몰아세운다면 한국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강압적 논조를 펼쳤다. "(싱 대사의 언행은) 외교 관례를 벗어난 것으로 내정 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9일 장호진 외교부 1차관)는 한국 측 불쾌감에 조금도 동조하지 않은 셈이다.

'대만 문제'부터 꼬이기 시작한 한중

더 큰 문제는 중국의 태도가 단순히 '싱 대사 두둔'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 문제'를 포함해 한국의 '동맹 외교' 노선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직전인 4월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양안 갈등과 관련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겠다는 미국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됐고, 중국 정부는 이 무렵부터 "도전에 직면한 중한 관계의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윤석열 정부를 거칠게 비난했다. 싱 대사가 이 대표와의 면담에서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솔직히 중한 관계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말한 것도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방미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지켜본 중국이 결국 강경한 압박으로 한국 외교 정책에 영향을 주겠다는, 다소 무리한 전략을 세운 듯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략이 싱하이밍 대사 사태로 나타났고, 한국 내 반중 감정을 더 자극한 결과로 이어졌다"며 "단기간에 갈등이 해소되긴 힘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 달 자카르타 한중 회담이 첫 고비

다만 갈등 해소의 '출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한중 간 충분히 형성돼 있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한중일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긴장이 이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 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 성사 여부가 첫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다소 완화되는 흐름도 고려할 요소다. 두 나라는 지난 2월 무산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런 국면이 이어질 경우, 경색된 한중 관계가 한국 외교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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