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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에 시달리고, 물도 못 마시고... 체험동물원 동물들은 괴롭다

입력
2023.05.27 14:00
수정
2023.05.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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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부속 한국동물복지연구소
체험시설 사육환경·동물 건강분석 보고서


만지기 체험 행사에 동원되고 있는 미어캣. 동물자유연대 제공

만지기 체험 행사에 동원되고 있는 미어캣.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동물을 만질 수 있는 체험동물원 속 동물들이 질병에 시달리는 한편 깨끗한 물조차 공급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 부속 한국동물복지연구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시체험형 동물시설 사육환경·동물상태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동자연이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동물체험시설 20곳을 선정해 실제 조사한 결과다. 서울은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동물전시체험시설 전수조사를 진행한 바 있어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시설 속 포유류 1,511마리의 건강을 육안으로 조사한 결과, 155마리(10.3%)는 눈으로 식별 가능한 질환을 앓고 있었다. 질환 종류는 피부 병변, 교상 의심 병변, 안과 질환, 발굽 문제, 보행 이상, 이상행동 등으로 다양했다. 대부분 시급하게 치료가 필요해 보였지만 건강검진이나 치료 진행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빛이 들지 않는 실내에서 전시 사자들이 지내고 있다.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 시행으로 앞으로는 실내에서 맹수를 사육하는 게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빛이 들지 않는 실내에서 전시 사자들이 지내고 있다.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 시행으로 앞으로는 실내에서 맹수를 사육하는 게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또 포유류 1,692마리 중 신선한 물을 제공받은 개체는 667마리(39.4%)에 불과했다. 오염된 물을 제공받은 개체가 504마리(29.8%), 물그릇 내 물이 없거나 물그릇 자체가 없는 개체는 521마리(30.8%)였다.

모든 개체가 숨거나 쉴 수 있는 은신처가 제공되는 경우는 518마리(34.2%)였다. 이혜원 한국동물복지연구소장은 "은신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동물을 관람객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기 위함"이라며 "체험시설이 방문객의 체험과 오락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피부병변이 관찰된 프레리도그. 동물자유연대 제공

피부병변이 관찰된 프레리도그. 동물자유연대 제공

시설들은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 총 97마리 중 77마리(79.4%)를 무리 사육하고 있었다. 제한된 공간 활용, 관리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는 동물복지를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연구소는 또 20곳 가운데 동물원으로 등록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은 곳이 12곳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보유한 동물종이 10종을 넘거나 개체수가 50마리를 넘으면 동물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시체험에 동원되고 있는 매우 마른 상태의 개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시체험에 동원되고 있는 매우 마른 상태의 개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한편 연구소는 온라인 조사 결과 국내에 총 300개의 동물전시·체험시설이 있고 이 중 212개소(70.7%)가 동물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등록되지 않은 시설 가운데 동물원으로 등록해야 하는 비율이 얼마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동물체험시설을 전수 조사하지 않고 있어 보유동물 정보와 사육환경,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체험시설 대부분에서 진행하고 있는 먹이 주기 체험은 동물에게 영양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동물복지 차원에서 법으로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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