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이거나 투약 안 해"... '모르쇠' 일관 유아인 구속 기로

경찰, "마약 5종, 죄질 나빠" 구속영장 신청
유씨, 혐의 부인... "코카인은 투약도 안 해"
지인 작가도 영장... 다음 주 구속 여부 결정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소환 조사를 마친 후 건물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경찰이 19일 다종의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ㆍ본명 엄홍식)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올해 2월 유씨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한 지 석 달 만이다. 경찰은 유씨가 줄곧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큰 만큼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유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영장 신청 사유에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등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투약한 마약류가 많아 죄질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유씨는 프로포폴과 코카인, 대마, 케타민, 졸피뎀 등 5종의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해 말 유씨의 프로포폴 처방이 비정상적으로 많아 상습 투약이 의심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2월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유씨의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간이소변검사에서 대마 ‘양성’ 반응을 확인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그의 모발에서 프로포폴뿐 아니라 대마, 코카인, 케타민 등 총 4종의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 유씨가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의료 외 목적으로 처방받은 정황도 추가로 포착됐다.

하지만 유씨는 두 차례 소환조사에서 대마 흡연을 제외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료기록상 투약 시기 등이 확인되는 프로포폴과 케타민, 졸피뎀 오ㆍ남용 혐의에 대해선 “의료 목적”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형량(징역 1~3년)이 가장 센 코카인 투약 혐의는 아예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찰이 해외에서 투약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카인 관련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전면 부인’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마약 사건은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돼도 수사기관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투약했는지 구체적 범행 과정을 특정하지 못하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지 않은 사례가 많다.

때문에 코카인 관련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고, 증거인멸 시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유씨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이날 유씨의 마약류 투약을 돕거나, 직접 투약한 혐의를 받는 미대 출신 작가 A씨의 구속영장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구속 여부는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 뒤 다음 주 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거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