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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없이 '돈 봉투 의혹' 탈당만으로 수습되겠나

입력
2023.05.04 04:30
27면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오른쪽)·이성만 의원이 3일 오전 국회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오른쪽)·이성만 의원이 3일 오전 국회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3일 전격 탈당했다. 당의 부담을 덜어내려는 주변의 압박과 지도부 설득에 떠밀려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선당후사”를 거론하며 “당에 누를 끼치고 국민께 걱정을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검찰의 정치공세”를 언급하며 “법적 투쟁으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두 의원이 자진 탈당으로 정치적 책임을 진 것은 다행이지만 당 차원의 선제적 조치에 대한 기대 측면에선 여전히 느리고 부족하다.

두 사람은 2021년 전대 당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을 통해 전달한 불법자금 9,000여 만 원을 당내에 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며 내년 총선 악재란 우려에 당적을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탈당이 돈 봉투 사건에 대한 꼬리 자르기로 인식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민주당의 쇄신행보에 달려 있다. ‘비(非)이재명계’ 박광온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처음 개최된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 수습 논의가 시작된 게 주목되는 이유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새로운 민주당, 새로운 정치를 보여드린다는 각오”라며 “집단지성을 통해 쇄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쇄신의총’ 개최는 물론 소속의원 심층 설문조사 등으로 대국민 보고서도 마련키로 했다. 민주당은 20여 명의 현역 의원이 돈 봉투 수수 명단에 오르내리는 상황을 지켜만 볼 게 아니라 공식 조사기구를 설치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마땅하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일상화한 상황에 민주당 지지율 역시 답보상태인 건 거대야당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강하다는 얘기다. 하루속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책을 내놓지 않는 한 총선전략을 논할 자격이 없다. 당대표 개인비리 혐의 방어에 당 전체가 나서고, 돈 봉투 의혹을 송영길 전 대표 측에 국한된 일탈로 치부하는 이 모든 행태가 쇄신 대상이 돼야 국민이 눈길을 줄 것이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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