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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마리 중 4마리 사망하는 지자체 보호소, 환경 개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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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 못 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운영합니다.
저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인근을 떠돌다 구조된 스피츠 '백미'(5세 추정)입니다. 서울시가 위탁 운영하는 보호소로 들어와 보호자를 기다렸지만 공고기간이 끝나도록 가족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방광 결석으로 몸이 아파 경계심을 드러내자 입양 문의가 없어 안락사 위기에 놓였는데요, 동물보호단체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이 저를 보호소 밖으로 데리고 나왔고, 지금은 치료를 받으면서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이 모두 저처럼 운이 좋은 건 아닙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발간한 '2022 유실·유기동물 발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소 입소 건수인 11만6,984건 가운데 27.1%는 자연사, 17%는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즉 보호소에 들어온 10마리 중 4마리가 보호소 내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건데요.
자연사와 안락사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보호소 내 자연사는 1.8%, 안락사는 8.4%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보호소 내 자연사 및 안락사 비중이 미국보다 4배가량 더 높은 겁니다.
자연사 비중이 높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저도 지내던 보호소에서 전염성이 강한 홍역이 돌아 보호소 내에서 목숨을 잃거나, 보호소 밖으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보호소 내 환경은 열악한 상황인데요.
동물자유연대가 2015~2018년 지자체 보호소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자연사 원인 중 고령은 단 1.7%에 불과했고, 병사가 33.7%, 사고나 상해가 13.8%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보호소에 들어온 동물이 질병 검사나 치료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일부 보호소는 동물 사체나 배설물이 동물과 방치되는 등 위생 상태도 열악했는데요. 이는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2020~2021년 지자체가 운영하는 보호소 140곳을 선정해 200회 방문한 결과를 토대로 발간한 '전국 시군 동물보호센터 실태조사 및 개선활동 2차 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물이 실외에 무방비로 방치되거나 발이 쑥쑥 빠지는 뜬장(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그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철창)에서 보호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예산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모든 동물을 다 치료할 수 없다는 건 압니다. 다만 유기동물의 보호와 치료의 의무가 있는 지자체 보호소 내에서 고통사는 마땅히 사라져야 합니다. 지난해부터 입소 후 응급치료가 필요한 경우 치료를 해야 하며, 건강검진은 24시간 이내에 진행하도록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이 바뀌었는데요. 현장에서는 아직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자연사와 안락사 비중이 전년보다 더 높아진 게 이를 보여줍니다. 더욱이 건강검진은 예산 범위 내에서 가능하며,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검진 항목을 생략하거나 추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지자체 보호소가 '보호'의 역할을 하려면 유기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이 확보돼야 합니다. 또 위탁 운영하는 보호소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가 현장에서 개정된 지침을 잘 지키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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