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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처벌을"... 생일 한 달 앞두고 음주 차량에 숨진 초등생 유족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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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에 공부까지 잘하는 개구쟁이 늦둥이였는데···.”
9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뒤편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초등학교 4학년 배승아(9)양 빈소가 차려진 대전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울음이 새어 나왔다. 단상 국화꽃 가운데 놓인 사진 속 배양 모습은 활짝 핀 액자 옆의 꽃과 다를 바 없었다. 비보를 듣고 찾아온 조문객들은 유족에게 차마 말을 붙이지 못했다. 빈소 구석에 기대 흐느끼던 배양 어머니 A(50)씨가 어지럼증을 호소하자, 유족들이 부축해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전날 밤 사고 소식을 듣고 전남 여수에서 급하게 올라왔다는 배양의 외삼촌 B(48)씨는 “조카들 중에도 제일 활발했고, 온 가족의 사랑을 받던 아이였다”며 “’딸 하나 보고 산다’던 누님은 이제 어떡하느냐”며 흐느꼈다. B씨는 평소 한두 달에 한 번씩 배양 가족과 만나왔지만, 연말부터 몰린 일 때문에 지난해 11월 배양을 본 게 마지막이다. 그는 "일하면서도 조카 얼굴이 아른거려 이달엔 한번 올라오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공무원으로 취직한 배양의 친오빠 C씨(26)도 경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직장 동료 조문을 받은 뒤 단상 위 배양 사진을 보면서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던 C씨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동생 생일 선물로 침대를 사주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다"며 망연자실했다.
유족에 따르면 배양은 전날 오후 친구들과 학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동네 생활용품점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B씨는 “누나가 오후 2시에 승아한테 ‘친구들과 좀더 놀다 집에 가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로부터 1시간 정도 뒤인 오후 3시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했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머리에 큰 충격을 받은 배양은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이날 새벽 1시쯤 혈압이 떨어지면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B씨는 “민식이법에 윤창호법까지 있어도 학교 울타리 옆 인도에서 승아가 이런 사고를 당했다”며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제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전날 오후 2시 21분쯤 60대 남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 인근 도로를 달리다 좌회전 금지구역에서 핸들을 갑자기 왼쪽으로 꺾어 스쿨존으로 돌진했다. 당시 길을 걷던 9~12세 초등학생 4명이 차량에 치였다. 그중 배양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11시간 만에 숨졌다. 나머지 3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해당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는 "사고 직전 점심 식사시간에 음주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곳은 대전 탄방중 뒤편으로 ‘대전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학원 밀집 지역이다. 대전둔산경찰서는 이날 오후 가해 차량 운전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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