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라 가계부 수입란에 초반부터 경고등이 켜졌다. 2월까지 국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7,000억 원이 덜 걷힌 것이다. 1~2월 세수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3대 세목인 소득세(-6조 원) 부가가치세(-5조9,000억 원) 법인세(-7,000억 원)는 물론 증권거래세(-8,000억 원) 관세(-7,000억 원) 교통세(-5,000억 원)까지 세수 부진은 전방위적이다. 연간 목표 세수 대비 진도율(13.5%) 역시 17년 만에 가장 낮다.
자산시장 침체(소득세·증권거래세), 소비 둔화(부가가치세) 등 세수 감소 원인은 경기 부진으로 요약된다. 코로나 유행기 납세기한 연장 조치로 지난해 초반 세수가 일시 증가했던 '기저효과'도 있었다. 정부 감세 정책까지 본격 작용하면 올해 세수 부족은 더욱 심화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수 감소폭은 주요 대기업 납세 기한인 3월 말 이후 온전히 드러날 전망이다. 기업 투자액의 최대 25%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K칩스법'으로 내년 법인세 감소도 기정사실이 됐다. 하반기 징수될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 하락, 2주택 중과 폐지로 2조5,000억 원 줄어들게 됐다. 이대로라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세수 결손이 확정적이다.
결국 악화한 경제 상황에서 감세를 앞세운 긴축재정 기조는 '정책 실패'라 할 만하다. 고물가·고금리로 경기 부진은 이미 예견됐음에도 추경 편성, 국채 발행 가능성까지 차단하며 정부 스스로 '건전재정'의 굴레를 썼다. 2분기 이후 경기 반등 전망도 나오지만 중국 경기 둔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새로운 악재가 겹친 터라 낙관하기 어렵다. 당장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적자를 최소화하고 체납액이 100조 원을 넘어선 국세 징수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로 재정 수요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감세 등 긴축재정 기조를 고수해야 할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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