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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만에 순삭"... 1000원 아침 먹으러 '오픈런' 하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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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7시 50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학생식당 앞에 긴 줄이 만들어졌다. 족히 50명은 넘어 보였다.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학생들이 식당 문을 두드린 건 단돈 1,000원에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경희대는 전날부터 선착순 100명을 대상으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전 8시 발급이 시작된 식권이 다 팔리는 데 소요된 시간은 단 15분. 첫날엔 30분 정도 걸렸는데 완판 시간이 두 배나 빨라졌다. 101번째로 도착해 간발의 차로 기회를 놓친 두 여학생은 아쉬운 얼굴로 발길을 돌렸다. 첫날에 이어 이날도 식권 획득에 성공한 윤모(25)씨는 “가격 대비 맛도 훌륭한 편”이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새 학기를 맞아 각 대학이 운영 중인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인기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가 좀처럼 꺾일 줄 모르면서 밥값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학생들이 너도 나도 학생식당을 찾고 있는 것이다.
성균관대는 개강 첫날부터 학생들에게 1,000원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국립대인 서울대는 아침뿐 아니라 점심과 저녁에도 학생식당에서 1,000원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고려대도 조만간 1,000원 조식 사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대학들이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아침식사를 내놓을 수 있게 된 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의 천원의 아침밥 사업 덕분이다. 농정원은 2017년부터 쌀 소비를 늘리고 20대 청년들의 아침을 챙겨주자는 취지에서 각 대학에 아침 한 끼당 1,000원씩 지원하고 있다. 2018년 21곳이던 참여 대학은 고물가가 겹친 올해 40곳으로 껑충 뛰었다.
치솟는 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대학생들에게 1,000원의 아침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이날 본보가 서울 주요 대학이 모여 있는 성북구 안암동과 동대문구 회기동 일대 식당 30곳의 음식 가격을 조사해보니 한 끼 평균 가격이 8,360원이나 됐다. 하루에 두 끼를 밖에서 먹는다고 가정하면 한 달 식비만 3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 입장에선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성균관대생 이종윤(27)씨는 “지난해부터 1,000원 조식을 애용했다”며 “아침을 꾸준히 먹어 건강도 챙기고, 돈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엄지를 들어 보였다. 경희대생 안모(22)씨도 “이용 대상 인원을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정부와 대학들도 학생들의 폭발적 반응에 사업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1,000원짜리 아침을 찾는 걸 보니 마음이 짠하다”면서 “수혜 규모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농정원에는 지금이라도 참여하고 싶다는 대학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식 모집 기간(2월)이 지나 추가 접수는 받을 수 없다. 농정원 관계자는 “내년부터 더 많은 대학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지원 액수도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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