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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지원법 세부안에 이창양 장관 "깐깐한 조건에 미국의 투자 매력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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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조금 신청 조건을 까다롭게 내걸어 논란이 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을 두고 6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미국이 반도체 보조금 신청 조건을 발표한 후 한국 정부의 주무부처 수장이 공식 입장을 낸 건 처음이다. 이 장관은 "미국의 보조금 지급 조건에 (우리 정부가) 구체적 제안을 하긴 어렵지만 (우리 기업은 미국에) 적게 또는 느리게 투자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연 간담회에서 "우리 기업과 반도체 업계, 정부는 이번 (반도체 지원법) 발표에 크게 세 가지 우려를 갖고 있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먼저 ①초과 이익 환수 등 불확실성이 높은 조건이 많다는 점이다. 이 장관은 "반도체는 (경기 변동을 반영하는) 사이클 산업이라서 예상 수익률 예측이 쉽지 않다"며 "(우리 기업과 상무부) 협약 과정에서 (우려가) 걸러지겠지만 정부도 강하게 얘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②더 심각한 문제는 보조금 지급 기업을 향해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정보 △생산 시설 접근권 등 민감한 정보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 장관은 "(미국 요구는) 경영 본질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기술 노출 가능성도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③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더해 (보조금 기준에) 여러 다른 부담 요인이 들어 있어 미국 투자 비용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깐깐한 규정 탓에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 매력이 낮아질 수 있는 말이다.
다만 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신청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라 우리 정부나 기업이 직접 문제 제기를 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외국인 투자가 절실한 우리 정부 입장에서 미국과 같은 맞불 정책을 내놓기도 어렵다. '테슬라가 한국에 투자할 때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이 장관도 "상황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애초 미국이 반도체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지원법을 내놓은 만큼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규모와 속도를 협상 카드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미국이 반도체 보조금을 주는 궁극적 이유가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생산기지를 빠르게 구축하려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우리도) 협상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 기업들과 긴밀히 협의해 기업이 가장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선순위를 두고 미국과 협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7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관계자와 반도체 보조금 지원법 관련 의견을 듣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반도체 지원법에 관한 우리 정부 입장이 진퇴양난이라는 시각이 있다"며 "앞뒤만 있는 게 아니라 옆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 있는 반도체 기반 시설을 강화하도록 앞으로 정책의 상당 부분을 집중할 생각"이라며 "국회에서 여야가 반도체 산업 등 국가전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통과를 합의해 주기를 정부는 강력하게 요청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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