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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생존자 찾은 후 토백이는…." 튀르키예 구조견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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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작업 마지막 날, 생존자 발견 후 철수하는데 토백이가 갑자기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고 막 뛰는거예요. 무던하고 차분한 성격이라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일부러 잘 안 안아주는 편인데 그때는 토백이를 꼭 끌어안고 괜찮아, 괜찮아 하고 한 20분 엉덩이를 토닥여줬습니다."
토백이 핸들러 김철현 소방위는 4일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에서 구조견으로 활동한 토백이(6)에 대해 성과보단 애틋함과 안타까움을 먼저 내비쳤다. 그는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황에서, 흥분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토백이가 순간적으로 크게 놀랐던 것 같다"고 했다.
토백이를 포함한 한국 구조팀은 지난달 튀르키예에 파견돼 7일간 구조활동을 펼쳤다. 8명의 생명을 살렸고, 18구의 시신을 찾아냈다. 구조대원뿐 아니라 토백이를 포함해 4마리의 구조견들에게도 어려운 현장이었다. 무엇보다 구조해야 할 사람과 시신이 너무 많았다.
김 소방위는 "보통 단 한 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을 하고, 실종자를 찾으면 보상과 휴식이 주어지는데 이번 구조현장에선 아무리 매몰자를 찾아도 구조작업이 끝나지 않았다"며 "자신을 찾아온 구조견들에게 아무 반응도 해줄 수 없는 숨진 사람인 경우도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핸들러들은 긴박한 구조 환경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다른 구조대원들에게 "숨어 있어 달라"고 부탁한 뒤 구조견들이 구조대원을 찾아내면 '폭풍 칭찬'과 공놀이, 간식을 보상으로 주기도 했다. 구조견들이 지치지 않고 수색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색 중 건물 잔해가 크게 흔들려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토백이의 특기인 "기다려"가 빛을 발했던 순간이다. 현장이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구조견을 그 자리에서 멈추게 하고 구조대원이 구조견에게 다가가 안아 옮기는 게 원칙인데, 이때 구조견이 해당 장소를 이탈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토백이는 김 소방위가 손가락 두 개를 바닥을 향해 내리찍거나(둘만의 수신호) "기다려"라고 소리치면 소음 등 주변 요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좁은 틈에서 엎드려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구조견을 향한 편견 중 하나는 서커스처럼 가혹한 환경에서 억지로 구조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작은 생채기가 덧나지 않도록 감은 붕대였건만, 오른 앞발을 붕대로 감은 토백이 사진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일각에선 "토백이를 학대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러나 구조견들에게 수색은 '놀이'다. 훈련도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방향이 아닌, 사람을 찾으면 "하루치 간식이 한 번에 주어진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공놀이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어떤 행동을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반복 학습시키는 과정에 가깝다. 발바닥으로 진동 등 위험을 느꼈을 경우엔 뒷걸음질을 치며 현장 진입을 스스로 거부하기도 한다.
김 소방위는 "강아지가 없는 핸들러는 구조견 핸들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핸들러는 견(犬)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에 가장 신경을 쓴다"며 "구조대원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는 구조견도 보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방 조직에서 구조견 핸들러가 되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다. 올해 기준 구조견 핸들러는 단 35명뿐이다. 김 소방위는 해군특수구조대(SSU)로 6년간 일하다 2009년 구조대원으로 입직,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지원했다가 낙방하고 2018년에야 핸들러가 될 수 있었다.
핸들러와 구조견의 선발·교육을 담당하는 소방청 소속 이민균 훈련관은 "구조경험이 있는 구조대원이면서 체력, 개에 대한 애정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소방위는 구조경력과 체력에 더해 반려견과 전국 '100대 명산'을 종주했던 경험 등 충분한 자질을 갖췄지만 문이 좁은 탓에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훈련은 5주간 이뤄진다. 예비 핸들러는 개에 대한 응급처치와 기초 해부학, 발톱 손질과 목욕 등 관리법부터 배운다. '개의 언어'를 익혀야 하는 것도 핵심이다. 훈련 과정에선 실종자를 찾아내면 크게 "멍멍" 짖지만, 시신의 일부가 발견되거나 매몰 등으로 취기(사람의 냄새)가 약할 경우에는 털을 세우거나 "멍" 하고 짧게 짖다가 마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김 소방위는 "실종자를 찾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수색한 지역에서 실종자가 뒤늦게 발견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며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 이동 패턴을 포함한 탐색기법도 배운다. 이민균 훈련관은 "구조견 핸들러는 수색 범위를 설정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은 직선으로 이동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은 먼 거리를 이동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단계는 친화 훈련을 포함한 '구조견과의 매칭'이다. 이 훈련관은 "차분한 구조견에게는 너무 차분한 구조대원을 배정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구조견과 핸들러의 성격 '합'을 본다는 설명이다. 토백이는 차분한 편, 김 소방위는 쾌활한 편이다. 김 소방위는 "눈이 처진 데다 순하고 차분한 모습에 '잘 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토백이 첫인상을 귀띔했다. 그러나 우려도 잠시, 토백이는 2020년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열린 제10회 소방청장배 전국119인명구조견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인명구조견(탑독·Top dog)으로 선정되며 실력을 입증해 보였다.
대구 달성군 영남119특수구조대를 찾으면 업무 중인 김 소방위를 졸졸 따라다니는 토백이를 볼 수 있다. 토백이를 집에 데리고 퇴근할 수는 없지만 출근해선 항상 토백이와 함께한다. 김 소방위는 구조견 핸들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당부를 묻자, "구조견이 은퇴해서도 책임질 자신이 있는 사람이 핸들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국가에서 은퇴 구조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기본적으로 구조견에게는 핸들러가 '전부'나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부분 실제로 구조견을 아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핸들러로 선발된다. 구조견이 다치거나 숨지는 경우,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경우도 있어 핸들러 활동 기간도 개의 수명과 비슷한 10년 이내가 대부분이다. 김 소방위도 "고생은 내가 다 시키고, 은퇴 후 다른 데 보내 생을 마감하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토백이를 데려와 살기로 가족들의 동의를 얻었다"고도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편 현재 중앙119구조본부에선 총 18마리의 훈련견과 22명의 예비 핸들러가 교육을 받고 있다. 소방청은 2028년까지 현재 35두인 구조견을 51마리까지 늘릴 계획이다. 사람보다 50배 이상 뛰어난 청각과 최소 1만 배 이상 발달한 후각을 가진 구조견들은 한 마리가 수색대원 30명 이상 몫을 해낸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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