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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도 고민했던 ‘중간착취’ 문제···민주당 상반기 입법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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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임금체불, 중간착취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
2006년 1월 22일, 노무현 대통령의 강원국 연설비서관이 공개한 ‘40분 신년연설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 중에서.
17년 전 보도를 보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중간착취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파견·용역 노동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아웃소싱 업체가 원청에서 노동자들의 인건비로 책정해서 보내주는 임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현상이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파견·용역 단가는 노무비·관리비·업체이윤 등을 산정해 책정되지만, 중간업체가 노동자 몫인 노무비까지 떼어서 착복하는 것이죠. 그런데도 최저임금만 주면 불법이 아니어서 노동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사람장사’ 시장이 급격히 커진 데 대해, 노 대통령은 이 문제를 풀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신년연설에 넣으려다가 시간 관계상 결국 뺏다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정치권에서는 줄곧 다른 현안들에 밀려 이 문제를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아마 파견·용역 노동자는 그들을 대변할 노조도 이익단체도 없어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해 온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최근 중간착취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중간착취방지법 입법 추진을 공식화했습니다. 파견법이 도입된 1998년 이후 25년 만에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임금 보호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처한 중간착취 문제는 진영을 넘어서는 의제입니다. 오랫동안 거의 공론화되지 못했지만, 간헐적으로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2002년 한 보수신문은 대통령 후보 공약을 분석하며 “파견업체의 과도한 중간착취 문제에 대해서도 (유력) 두 후보 모두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지요. 2003년 한 진보매체는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평균 50%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견노동자나 용역노동자처럼 파견·용역업체의 중간착취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40%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감수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고요.
2012년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로 박근혜 후보와 경쟁했던 임태희 전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장도 “중간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이득을 취하거나, 정책을 왜곡시키는 ‘중간 착취자’를 근절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시장 정상화 위원회’를 설치하자”고 했습니다.
2021년부터 중간착취 문제를 기획 보도해온 한국일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에게 이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 물었었는데요. 진보진영의 이재명·심상정 후보뿐 아니라, 보수 진영의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경선후보도 중간착취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당시 윤석열 후보만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지요.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월 3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그는 중간착취 방지 필요성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중 핵심 사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임금을 보장해 사실상 일은 노동자가 하고 돈은 다른 사람이 버는 일을 최대한 막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올해 상반기 중 중간착취방지법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사람장사’로 중간착취가 발생하는 도급(용역) 범위를 확정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청이 용역 노동자에게 전용계좌를 통해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해서 용역업체의 임금 착복을 원천 차단하고(근로기준법 등 개정), 파견 노동자에게는 뗄 수 있는 수수료 상한을 정하는 방안(파견법 개정안) 등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입니다.
파견 수수료(노동자의 급여·수당 등의 인건비 대비 파견사업주의 이윤 등)의 상한을 따로 정하는 것은 고려할 점이 많기 때문에, 파견도 용역처럼 원청이 책정한 임금을 직접 주도록 하는 것도 좋은 해법으로 보입니다.
사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스스로도 자신이 파견인지 용역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청 작업장에서 일하면서, 임금의 상당부분을 중간업체에 떼이지만, 대부분 정확히 얼마를 떼이는지도 모를 정도지요. 근로계약서에 원청과 정한 임금을 명시하도록 해서 노동자가 알게 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지만, 현실에선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못하는 노동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청이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중간착취방지법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상생임금위원회를 출범시켜 임금격차 완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큰 방향에 있어서 중간착취 방지의 취지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중간착취 방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상생임금’을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니까요.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는 박대수 의원이 중간착취 방지와 관련한 일부 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총 8건 법안의 나머지 발의자는 모두 야당 의원들이죠. 박 의원은 “간사방(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 임이자 의원 측)에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중간착취방지법은 원청이 정한 임금을 중간업체가 착복하지 못하도록 전용 계좌를 이용해서 노동자에게 지급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딱히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렵습니다. 원청 입장에서 돈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죠. 이미 건설업의 경우 공공부문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노무비 전용계좌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이 입법이 되어서 우리 주변의 청소 노동자, 경비 노동자, 환경미화원, 도시가스 점검원, 콜센터 상담원, 건설 하청 노동자, 제조업 사내 하청 노동자와 같은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온전히 자신 몫의 임금을 받게 될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간착취의 지옥도' 바로가기: 수많은 중간착취 사례와 법 개정 필요성을 보도한 기사들을 볼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 www.hankookilbo.com/Collect/2244 로 검색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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