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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32조 적자·가스공사 8조 미수금…공공요금 인상 압박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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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으로 빚더미에 오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실적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는 에너지 위기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꺼낸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과 속도 조절'을 두고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34억 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냈다고 24일 발표했다. 한전이 이날 발표한 2022년 결산 결과 매출액은 71조2,719억 원, 영업비용은 103조8,753억 원으로, 영업손실 32조6,034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한전의 영업이익 적자 규모(5조8,465억 원)와 비교하면 5.5배 넘게 커진 것이다.
매출액은 전력 판매량 증가와 요금 조정 등으로 10조5,983억 원 늘었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전기 판매량이 2.7% 증가하면서 전기 판매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8조8,904억 원, 기타 매출은 1조7,079억 원 늘었다.
전체 매출이 올랐는데도 영업 손실이 증가한 이유는 연료비 상승에 따른 영업 비용 증가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자회사 연료비는 15조1,761억 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20조2,981억 원 늘면서 영업 비용은 총 37조3,552억 원(56.2%)이나 급증해 적자 규모가 커졌다.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늘어난 데다 LNG‧석탄 등 연료가격 급등으로 전력시장가격(SMP)도 두 배 이상 오른 탓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라 가스공사 또한 지난해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가스공사는 이날 영업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영업 이익은 2조4,634억 원으로 해외사업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50조3,018억 원, 당기 순이익은 1조4,9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8%, 55% 증가했다.
그러나 잇따른 가스요금 동결로 일반 국민에게 적용되는 민수용(주택용) 미수금이 8조6,000억 원에 육박하면서 재무 구조가 크게 나빠졌다. 미수금은 수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 생기는 손실로, 지난해 △1분기 4조5,000억 원 △2분기 5조1,000억 원 △3분기 5조7,000억 원 △4분기 8조6,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결기준 부채비율 또한 전년 대비 121%포인트(p) 오른 500%, 별도 기준 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190%포인트 증가한 643%를 기록했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이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가스공사는 이번 무배당 결정으로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포인트,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33%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미수금 문제의 심각성이 완화되고 재무 구조가 좋아지면 기존 배당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에너지 요금 인상 속도 조절을 꺼냈지만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악화로 요금 인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한전이 예상보다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두고 한전 이사회는 매우 침통한 분위기 속에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이사회 관계자는 "30조 적자는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높은 영업 손실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며 "물가 인상을 우려해 동결했던 요금이 오늘의 적자를 만든 만큼 전기료 인상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약 계층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함께하는 방식으로 일정 정도 공공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이 더 나빠지면 최악의 경우 올 여름 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원가 상승에 맞춰 요금은 인상하되 유럽과 일본처럼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는 식의 재정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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