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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기현 "안철수는 5전 5패... 총선 승리만 외치는 건 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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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새 당대표에 도전하는 김기현 후보는 보수 정치권에선 드문 ‘무(無)수저’ 출신이다. 빚투성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김 후보가 한 살이던 때 딱 1년간 도의원을 했던 부친은 일평생 YS(김영삼)를 도와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고, 재산 대신 큰 빚을 물려줬다. 판사 월급으론 감당이 안 돼 이자만 겨우 냈고, 변호사가 되고도 한참 뒤에야 원금을 모두 갚았다.
정치적으로도 무수저다. 국회의원 후보는 사실상 당 지도부가 낙점하던 2004년 경선 승리로 첫 공천을 따냈다. 보수 정당 사상 첫 국회의원 경선이었다. 국회의원 4번, 광역단체장 2번 등 6번 선거를 치르면서 단 한번도 전략ㆍ단수공천을 받지 않았다. 초선 때부터 ‘새정치수요모임’에 참여하는 등 비주류ㆍ소장파의 길을 걸었다.
그런 김 후보이기에 “아(어린애)도 아니고,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의존한다”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김 후보는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쉬운 길이 없어 안 걸은 게 아니다. 부끄럽게 살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정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후보가 ‘기대기 정치’라고 비판한다.
“정치를 하면서 한번도 누구에게 줄 서지 않았고, 경선을 통해 실력을 증명했다. 동시에 정치는 연대와 협력 없인 바로 설 수 없다. 기댈 곳이라곤 없는 이들이 고립무원의 지경에서 ‘무인도 정치’를 하는 것이다. 황 후보뿐만 아니라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전대 초반 ‘윤심’이 과도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치인 김기현’으로 전대를 치르고 있다. 나는 ‘민심’ ‘국민’ 후보다. 내 입으로 20번 이상 말했다.”
-‘정치인 김기현’이 꿈꾸는 정치는 무엇인가.
“‘사이다 정치’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감정적으로 휩쓸린 판단이 5년,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를 좌우하게 하는 건 위험하다. ‘사이다’ 대신 ‘뜨끈한 밥’ 정치가 됐으면 한다. 정성 들여 쌀을 씻고, 물에 불린 뒤 밥을 안치고, 바글바글 끓인 뒤 뜸까지 들인 다음 밥상에 올리는 정치다. 검증된, 준비된 정치인이 평가받고 역할을 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김 후보는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 승리의 가장 큰 리스크로 당내 분열 가능성을 꼽았다. 당의 주류를 반영하는 리더십이 세워지면 나머지를 포용할 수 있지만, 이질적 리더십이 세워지면 불협화음이 생기는 건 필연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뿌리가 줄기로 세워져 있어야 가지도 잎도 붙이고, 꽃도 핀다. 가지가 줄기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뜨끈한 밥 정치가 성공하려면 공천이 제대로 돼야 하지 않나.
“당대표가 되면 상향식 공천 기준부터 공개하겠다. △정책 개발 △여론 조성 △지역 봉사 등 객관적 평가 지표를 만들겠다. 공천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장을 만들어주겠다. 또 보좌진ㆍ당 사무처 출신 인사들에게 선출직 진출의 문을 훨씬 더 개방해야 한다.”
-친윤계 입김이 세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살생부도 돈다.
“(낙하산 공천) 리스트를 본 적도, 볼 생각도 없다. 그런 것들은 민생과 동떨어진 정치공학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김기현이 당대표가 되면 당의 주류는 김기현이다. 왜 친윤계인가, 친김계라고 해야 맞다.”
-대통령실이 정무적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상상 속의 괴물을 만들어 놓고 대통령을 재단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감과 소통 능력이 지금까지 역대 겪어본 대통령 중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이다.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토론이 되는 그런 대통령이다."
김 후보는 안 후보가 대선을 비롯한 주요 선거에서 “5전 5패”한 반면 자신은 원내대표로서 이끈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2전 2승”한 사실도 강조했다. 선거는 “교과서로 전쟁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치르는 게 아니라, 전장에서 잡초처럼 견딘 야전 사령관이 치르는 것”이라고 했다.
-새 당대표의 제1 과제는 총선 승리다. 필승 전략이 있나.
“집권 여당은 일로 승부해야 한다. 내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먹고살 만해지는 것, 즉 민생을 잘 챙겨야 한다. 수도권이야말로 민생에 가장 민감하다. 총선 승리는 그 결과물이다. 덮어놓고 총선에서 이기겠다고 말만 하는 건 그냥 공상이고, 요행을 바라겠다는 것이다.”
-난방비 사태 등 정부가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쉽게 생각한다. 사전에 검토가 안 됐다.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당 지도부를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 (대선 이후 줄곧) 무장 해제, 임시 체제 상태다. 빨리 종식시켜야 여당도 바로 서고, 정부도 바로 선다.”
김 후보는 인터뷰에서 ‘연포탕(연대ㆍ포용ㆍ탕평) 정치’를 거듭 강조했다. 나경원 전 후보와의 연대는 물론 예비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윤상현ㆍ조경태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야당과의 관계만큼은 ‘남북관계’에 비유하며 선명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등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선 야당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대북관계와 같다. '삶은 소대가리'라고 해도 과감하게 대화하자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5년 동안 나라를 망쳐 놨다. 압박을 통한 협력을 얻어내야 한다. 제가 소수당 야당 원내대표할 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나. 법사위원장도 찾아오고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도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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