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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자격 거부당한 발달장애인... 가족 눈물 닦아준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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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8년 12월부터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 B씨를 성년후견했다. 학교 폭력을 당한 자녀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성년후견을 선택한 것이다. 장애 등이 있는 성인이 가정법원 결정 등으로 성년후견을 받게 되면, 후견인은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에 관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한다.
그런데 성년후견이 B씨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했다. B씨가 지난해 11월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는데, 현행법상 성년후견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자격증 발급을 거부당한 것이다.
A씨 가족은 낙담했다. B씨는 ①대학 졸업 이후 하루 5시간 30분씩 요양기관에서 근무한 뒤 2023년 재계약까지 마쳤고 ②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서 224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③그가 법원에 제출한 학습노트에는 요양보호 관련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수년간의 노력이 성년후견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허사가 된 것이다.
A씨는 결국 법원에 성년후견 종료를 청구했다. A씨 부부는 법정에서 "학교폭력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성년후견을 신청했지만, 이제 보니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부모가 다 빼앗고 걸림돌이 된 것 같다"며 "장애가 있는 자녀가 몇 년간 고생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했는데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못하니 힘들다"고 호소했다.
서울가정법원 54단독 박원철 판사는 지난 16일 "성년후견을 지속하는 게 오히려 발달장애인의 복리를 저해하고 있다"며 종료를 결정했다. 박 판사는 "B씨는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부모 도움 없이 하고 있고,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는 등 자립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자녀에 대한 부모의 자립의지도 확고해 성년후견을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그러면서 "발달장애인이 보호자의 돌봄에 의존할 만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지 않다면 성년후견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이 성년후견을 받는 자체로 사회활동 참여 기회가 차단되고, 사회구성원도 발달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아 사회적 낙인과 소외가 심화된다는 이유에서다.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업 선택을 제한하는 법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박 판사는 "성년후견을 받으면 200개의 자격이나 직업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과거에 취득한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며 "이는 피성년후견인들의 직업 및 자격취득에 따른 사회활동 참여를 획일적이고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행법이 피성년후견인의 신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이나 자격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발달장애인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중증 발달장애인으로서 의학적으로는 그 장애가 현존하고 있더라도 성년후견 종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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