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카운트' 진선규, 간담회 중 눈물 흘린 진짜 이유 [인터뷰]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배우 진선규는 '카운트'의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흘렸다. 첫 단독 주연작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눈시울을 붉힌 결정적 이유가 마음의 짐은 아니었다. 그를 울린 건 '대한민국 최고 진선규가 링 위에 올라가는데 떨고 있으면 주변 선수들도 같이 떨지 않을까요? 씩씩하게 잘 하고 오세요'라는 박시헌 선수의 문자였다.
진선규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카운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작품은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이 오합지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모습을 그렸다.
'카운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의 일화를 모티브로 한다. 박시헌 선수는 서울 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에서 판정승을 거둔 인물이다. 스스로도 예상 못 했던 일이었지만 편파 판정 논란 속에서 많은 이들이 박시헌 선수를 외면했고 그는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모교의 체육 교사로 부임했다.
진선규는 시나리오를 받고 박시헌 선수의 이야기를 접하며 '진해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고?'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자신과 박시헌 선수가 외면은 다르지만 내면이 90% 일치한다는 느낌을 갖게 됐단다. 진해가 고향인 진선규는 한때 체육교사를 꿈꿨다. 더불어 시나리오 속 시헌처럼 복싱을 좋아하고 가족을 위해 살아간다. 후배들과 함께 꿈을 이뤄간다는 부분도 진선규와 시헌의 공통점이었다.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하는 동안 진선규에게 "네 모습이 영화에 잘 들어가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물론 '카운트'가 마냥 즐거움만을 안겼던 작품은 아니다. 첫 단독 주연에 대한 부담감 또한 있었다. 이때 박시헌 선수는 진선규에게 큰 힘을 줬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수식어로 진선규를 표현하며 떨지 말고 씩씩하게 일정을 소화하라고 격려했다. 진선규는 박시헌 선수의 따뜻한 응원에 감동받았고 기자간담회에서 눈물까지 보였다.
진선규는 예전부터 복싱을 하고 싶어 했다. 그의 아버지는 한때 복싱 선수로 활동했다. 진선규는 30대 후반부터 복싱을 시작했다. 박시헌 선수는 용인에 있는 훈련 장소를 찾아 진선규의 복싱 실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당시 박시헌 선수가 진선규에게 "제대로 하셨는데요"라는 칭찬을 건넸단다. 그때를 회상하던 진선규는 "의욕 넘쳐서 하다가 힘 빠져 죽는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시헌 선수가 결승전에서 판정승을 거뒀을 당시의 심경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진선규는 "선수들은 경기하면서 본인이 지고 이긴 걸 안다고 하셨다. 손을 들어줄 때 '왜 내 손을 들지' 싶었다고 말씀하셨다. 은메달이었으면 좋았을 듯하다고 하시더라"고 이야기했다. 박시헌 선수의 올림픽 출전에 대한 비화도 들을 수 있었다. 진선규는 "출전을 앞두고 손이 부러졌다고 하셨다. 올림픽에 너무 나가고 싶어 (도핑에 걸릴까 봐) 약도 제대로 못 드셨단다. 아픈 상태로 결승에 가신 거다. '은메달을 받으셨다면 지금 또 다른 꿈을 꾸고 계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나라 고창석은 진선규와 힘든 시기를 함께했던 배우들이다. '카운트'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의 존재는 진선규에게 큰 힘이 됐다. "나라 누나랑 창석이 형이 오면 기댔다. 나라 누나는 예전에 '선규야, 너 진짜 잘하는 애야. 나중에 멋지게 영화에서 만나자'라고 했다. 창석이 형과는 늘 '뭘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는 게 진선규의 설명이다. 그는 "그런 형과 누나와 영화 현장에 있으니까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진선규는 복싱부 학생으로 변신한 배우들과도 친해졌다. 그는 "크랭크인 전에 운동을 함께 하니까 엄청 친해졌다. 너무 착하더라"면서 출연진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등학생 역할의 배우들 중 한 명의 나이가 39세라는 말을 듣고 놀랐다고도 했다. 이 배우는 "네가 갑이다. 39세에 고등학생 역할을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보여"라는 말을 들었단다. 고등학생 역할의 배우들이 실제로는 성인인 만큼 진선규는 이들과 맥주를 함께 마시며 더욱 친해졌다.
단독 주연으로 나서게 됐지만 진선규는 주인공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조연에 잘 맞아"라는 칭찬도 기분 좋게 느껴진다고 했다. 진선규는 "역할의 크기보다는 작품 속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서사를 이끄는 인물이 돼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이 커다랗게 나온 모습을 보며 고마움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카운트'가 자신의 새로운 시작점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진선규에게는 주인공이 된다면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 단역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인사하고 리딩 시간을 갖고 가능하다면 식사까지 하는 일이었다. 그는 '카운트'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뤘다고 했다. 진선규는 "한 분 한 분 만나 얘기하면 그분들이 현장에서 편하게 '선규씨, 반가워요. 대사 한번 해볼까요'라고 하신다. 대사를 맞추고 촬영에 들어가게 되는 거다.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이 잘 하실 수 있게 도와드렸다"고 말했다. 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내가 부족해도 그분들이 채워 주셔서 영화가 좋았다"고 밝혔다. 진선규의 따뜻한 열정이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진선규가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운 '카운트'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