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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조종" vs "불가항력"... 미·중 '풍선 진실게임' 누구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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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자국 상공을 떠다닌 중국의 이른바 고고도 정찰 풍선(High-altitude surveillance balloon·이하 '정찰 풍선')을 격추하자 중국은 "과도한 대응"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기상 관측 목적의 비행선이 의도치 않게 미국 상공에 진입했을 뿐이라는 게 중국 측 해명이지만, 여러 정황상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석연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 외교부는 5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정찰 풍선을 공격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한 데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미 미국 측에 해당 풍선이 민간 비행선이며 불가항력 상황으로 예정된 항로를 크게 벗어났다는 점을 수차례 설명했다면서 "미국이 무력 사용을 고집한 것은 국제협약을 심각하게 위반한 명백한 과잉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공군기지가 있는 몬태나주 상공 등 미국 영공에서 "중국의 것으로 확신되는" 정찰 풍선을 추적·감시 중이라고 발표했다. 민간인 피해 가능성을 우려, 일단 격추를 유보했던 미군은 정찰 풍선이 영해 상공에 이르자 F-22 스텔스 전투기를 출격시켜 미사일을 발사했다.
기상관측용 풍선이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표류했다는 게 중국 측 해명이나, 미군은 이를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풍선이 며칠 더 미국 상공에 떠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며 "풍선이 경로를 바꿨고 우리는 이를 계속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조종'에 따라 방향을 틀었다는 의미로 "불가항력이었다"는 중국 측 설명과는 배치된다. 그는 특히 "우리는 이것이 중국의 풍선이며 조종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강조했다.
격추된 풍선이 일반적인 기상관측용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존 빌라세노어 캘리포니아대 전기공학·공공정책학 교수는 미국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티픽아메리칸에 "통상적인 기상관측 풍선의 폭은 20피트(약 6m) 정도인데, 미 영공에 출연한 풍선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국방부 관계자도 "(풍선은) 버스 3대 크기"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군사 전문가는 "의도치 않게 기상관측용 풍선이 미 영공에 진입한 것이라면 중국으로선 미리 미국에 이를 알리고 양해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당초 중국이 띄운 기상관측 풍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가 보관된 몬태나 맘스트롬 상공까지 간 것 자체를 미국으로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만 미국은 이 풍선의 이륙 장소와 미 영공에서의 구체적 동선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미국도 '중국의 의도적인 미 영공 침투'라는 주장을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내놓지 않은 셈이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첨단 위성 운용 능력을 가진 중국이 무엇을 위해 노출 위험을 무릅쓰고 정찰 풍선을 띄웠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위성보다 낮은 고도를 비행하는 만큼 해상도가 더 높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든다는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역시 무인항공기와 지·해상 목표물 탐지 목적의 고고도 열기구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지난해 나온 바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격추된 풍선 잔해물 수집·분석에 착수했다. 온도·기압 센서 등 기상관측용 장비가 아닌 고해상도 카메라 같은 정찰 장비 잔해가 나올 경우, 중국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공산이 크다. 반대로 미국이 잔해물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중국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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