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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냉골' 속에서도 삼성이 감산 대신 버티기 택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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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반도체 수요 부족으로 인해 '반도체 겨울'을 맞이한 삼성전자가 2022년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거둬들인 영업이익이 2,700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97%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충격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다른 반도체 생산 기업들이 '인위적 감산'으로 수익성 관리에 나서는 대신 삼성은 설비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며 정면돌파를 택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1일 2022년 4분기 및 연간 확정실적 발표를 마치고 진행된 설명회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올해 설비 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최근 시황 약세가 당장은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도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기조"라고 밝혔는데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사실 인위적 감산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중간에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융가에선 삼성이 이번에야말로 생산량을 줄일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나왔다. SK하이닉스와 인텔, 마이크론 등 경쟁 반도체 제조사들은 줄줄이 투자 축소나 경영 합리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도 이날 공개한 설명자료를 통해 당장 1분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봤다. 국제적으로 정보기술(IT) 수요가 꾸준히 줄어들어 "고객사의 반도체 재고를 조정하는 기조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며 "짧은 시간 안에 수요를 회복할 수 있는 탄력은 부족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감산 대신 버티기에 나선 이유는 ①하반기 즈음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변화가 생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기심리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부양책이 나온다면 IT 시장의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②다른 하나는 '기술적 고도화'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기기 이용자들 사이에서 높은 성능과 용량에 대한 요구가 커지게 되면 여기에 걸맞은 신형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텔이 10일 공개한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 래피즈'가 차세대 D램 'DDR5'로 전환을 촉발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앞으로 ③수요 증가를 기대할 만한 요인으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이 언급된 점도 눈길을 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미국 스타트업 오픈AI의 '챗GPT'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온라인의 주목을 받고, 현재는 업계의 화제가 된 것을 두고 "대규모 언어 모델이 상용화 단계에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런 AI를 가동하기 위해선 고성능 프로세서와 고성능·고용량 메모리의 조합이 필수적"이라며 "AI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하드웨어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 자연적 감산 가능성은 열어뒀다. 삼성전자는 "최고 품질과 생산 라인 최적화를 위해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를 진행하고, 미래 선단 공정으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라인 재배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선 '간접적 감산'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앞서 19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재배치와 신규증설 지연, 미세공정 전환 확대 등을 통한 간접적 감산을 시행할 것"이라며 "감산 효과는 2, 3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인위적 감산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을 금융시장은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을 선언하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수익성 또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매도로 인해 전장보다 3.63% 하락한 6만1,000원에 마감했다.
삼성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의 경우 주요 고객사 판매 확대로 인해 지난해 4분기에 분기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파운드리 역시 기술력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3나노 2세대 파운드리 공정은 예정대로 2024년에 양산하고 2나노 1세대 개발에 집중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2022년 4분기 전체 매출액은 70조4,6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8.2% 감소했다. 삼성 측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 등 어려운 경영 여건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단 연간 기준 매출은 302조2,300억 원으로 역대 최초 300조 원을 넘어섰다. 전체 영업이익은 메모리 가격 하락 심화, 재고자산 평가손실 관련 영향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전 분기 대비 6조5,500억 원 감소한 4조3,100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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