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서 해임되고 대통령실과 윤핵관 세력의 집중 공격에 시달리던 나 전 의원이 끝내 ‘윤심’을 거스르지 못하고 출마를 포기한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 찍어내기에 이어 차기 당대표 선거가 룰 변경부터 출마 여부까지 대통령 뜻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꼴이니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공당이라 할 수 있나. 당 총재 시절에나 볼 법한 퇴행적 정당의 모습이다.
불출마 선언문에서 나 전 의원은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의원처럼 이를 "고뇌에 찬 결단"으로 환영하는 이가 물론 있지만, 당 내홍을 제대로 해결하는 방식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국민의힘의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일이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뜻과 결이 다른 사람은 다 내치는 정당, 이견을 존중하고 타협으로 길을 찾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정당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당대회는 누구나 예상하듯 ‘윤핵관 잔치’가 될 것이다. 비주류인 유승민 전 의원 또한 불출마 전망이 높아지면서 당대표 선거가 김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이파전이 될 상황에서, 여론조사 열세로 출발했던 윤핵관 김 의원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출마했다면 당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전당대회에 국민들의 관심도 더 모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안 의원이 아쉬워하는 이유를 떠나 당원과 국민 관심이 식을 것이라는 지적만큼은 옳은 말이다.
이런 무리수를 통해 친윤 당대표가 탄생한다면 민심을 반영한 국정과 내년 총선 공천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비윤 당대표가 당선된다면 노골적으로 당을 장악하려 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긴장관계가 또 위기로 치닫지 않을지 우려된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줄서기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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