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문가 "尹, 이란에 총리급 특사 파견을... "

성공회대 이슬람연구소 이희수 석좌교수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할 수도"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 점검 필요"

지난해 6월 신간 '인류 본사'를 출간한 이희수 교수가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이란에 총리급 특사를 파견하고,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의 점검과 쇄신도 필요하다"는 중동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석좌교수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노력으로 총리급 정도는 가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재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다는 그는 "현지 분위기를 보면 당사자인 이란을 제외하고 알자지라나 다른 현지 매체들은 크게 다루지는 않고, 사실관계만 보도하는 정도인데 당연히 당사자인 이란은 (영문 매체인) 카이안이나 이란 인터내셔널 프레스TV 등 모든 매체을 봐도 정부 입장보다는 훨씬 강경한 논조를 쏟아내고 있다"며 "심지어 카이안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의 통행 차단도 가능하다, 이런 주장을 할 정도로 우리의 생각하고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교수는 "이란은 (한국을) 발전 롤모델로 삼고, 한류가 가장 인기 있어 최고의 나라였다"며 "우리나라의 어떤 지도자도 명시적으로 아랍의 적으로 이란을 표현한 적은 없었다. 최초의 일이어서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이란 국민들이 갖고 있는 당황함과 분노는 훨씬 크다는 걸 우리가 유념해야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같은 추가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이 교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그는 "이란 정부가 끝까지 한국을 적으로 돌리려는 정책을 쓸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지만, (자국 내 히잡 시위로) 여론과 민심이 나빠지고 정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국을 적으로 명시하는 명백한 도발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정권에 대한 위협이 더 커지지 않겠냐"며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몇 해 전에는 '한국케미호' 선박이 강제로 억류된 전례도 있다"며 "그런 우발적 사건, 계획적 사건이 생길 개연성이 커, 그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해야 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19일 주한 이란대사를 불러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한 정부 입장을 거듭 설명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이날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이날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서 '대통령이 사과할 경우에 일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이 교수 역시 "대통령이 직접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공감하며, "총리급 정도는 가야 되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그는 "바로 직전 우리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총리 정도가 가도 우리 국격에 큰 손상이 안 되는 것 같고, 또 미래 가치로 봐서 이란은 정말 중요한 나라라서 미래 전략의 하부 구조를 다진다는 면에서도 가장 최고위급 인사가 갈수록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걱정은 대통령실 외교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이란에 갖는 인식이 오히려 악당 국가나 적 정도는 아니지만 부정적인 것 아닌가, 그것이 바로 대통령에게 투영되니까 대통령께서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겠냐"며 "그런 면에서 우리 대통령을 지키고 있는 외교 안보라인의 점검과 쇄신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