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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민 사람 없는데"… 군중이 파도처럼 떠밀려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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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3일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군중 유체화'를 지목했다. 개인 의지와 무관하게 군중이 한 덩어리로 유체(流體)처럼 움직였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폭 3m 남짓의 비좁고 가파른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누군가 뒤에서 떠민 것도 아닌데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면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1㎡당 11명 가까운 인파가 겹겹이 엉키며 최대 560㎏의 힘이 희생자에게 가해졌다고 봤다.
특수본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은 현장 주변 폐쇄회로(CC) TV와 제보 영상 등 180여 점(600여 시간 분량)의 자료를 분석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두 차례에 걸쳐 현장 합동감식도 실시했다. 3차원(3D) 시뮬레이션 감정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참사 77일 만에 사고 원인을 규명한 결과물을 내놨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T자형' 골목에 인파가 밀집하면서 오후 9시쯤부터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와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올라가는 사람들과, 이태원역 쪽으로 내려오는 인파가 뒤섞여 골목은 아수라장이 됐다. 생존자들은 특수본 조사에서 "파도타기처럼 왔다갔다 하는 현상이 있었다" "뒤에서 미는 힘 때문에 공중으로 떠서 발이 땅에서 떨어진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오후 10시 15분쯤 음식거리 일대 밀집 군중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골목 쪽으로 떠밀려 내려왔다.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군중 내부에서 힘이 응축돼 일종의 '난류(亂流)'를 일으켰다. 골목 위쪽 주점 앞에서 여러 명이 넘어졌고, 뒤편에 있던 사람들도 연쇄적으로 전도(顚倒·넘어짐)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첫 전도가 발생한 뒤 15초간 뒤편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는 상황이 네 차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초 전도 지점부터 10m에 걸쳐 수백 명이 겹겹이 쌓이게 됐다.
'끼임' 상황을 모르는 인파가 10분 이상 계속 내려오면서 밀집도는 더욱 증가했다. 골목길 1㎡당 밀집도는 7.72~8.39명(오후 10시 15분)→8.06~9.40명(10시 20분)→9.07~10.74명(10시 25분)으로 갈수록 높아졌다. 사고 당시 희생자들은 평균 224~560㎏ 정도의 힘을 받았을 것으로 박준영 금오공대 교수는 설명했다. 견디기 힘든 압력에 시달리던 희생자들은 10분 이상 저산소증을 겪다가 외상성 질식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의 구조 작업은 사고 발생 약 15분 뒤인 오후 10시 32분쯤부터 시작됐다.
특수본은 다만 희생자 개개인이 받은 압력이 제각기 달라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은 특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해밀톤호텔의 불법 시설물과 무질서 통행은 압사 위험을 키웠다. 호텔 옆 골목의 도로 폭은 평균 4m 정도였고, 사고 발생 지점은 3.2m에 불과했다. 호텔 측이 에어컨 실외기 등을 가리기 위해 설치한 폭 70㎝의 철제 가벽이 골목을 좁게 만들어 병목 현상을 심화시켰다. 박 교수는 "구조물이 있으면 보행자들에게 102∼153㎏ 무게가 더 가해진다"고 했다.
사고 골목을 단순화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양방향 통행의 경우 인파가 800명에 도달하면 '막힘' 현상이 발생했다. 반면, 일방통행 시에는 1,000명까지도 별다른 막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좁은 골목에선 일방통행으로 바꿔야 밀집도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사 직후 '토끼머리띠' 남성이 사람들을 밀었다거나, '각시탈' 남성이 아보카도 오일을 바닥에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으로 판명났다. '클럽 가드가 손님을 보호하려고 사람들을 밀었다' '주점이 문을 닫아 사고를 키웠다' 등의 의혹도 사고 원인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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