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삽니다”… 되풀이되는 한라산 탐방권 ‘예약 전쟁’

예약제로 1일 등반인원 제한
무료 탐방권 불법 거래 성행
도, 적발시 업무방해죄로 고발

한라산 백록담에서 바라본 해돋이 전경.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제공.

1일 탐방객 수를 제한하는 한라산국립공원 탐방 예약제 시행 이후 탐방권 예약 전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내년 1월1일 한라산 정상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맞는 야간산행이 2년 만에 재개되면서 탐방권 불법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같은 과열 현상은 탐방 예약제를 시작한 지난해부터 단풍철이나 설경이 펼쳐지는 겨울철이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탐방권 불법거래 적발시 업무방해죄로 형사고발 방침을 세우는 등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선다.

제주도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한라산 새해맞이 야간산행이 2년 만에 이뤄지면서 ‘한라산 정상 야간산행 허용 안전관리계획’을 마련했다고 19일 밝혔다. 야간산행 입산시간은 2023년 1월1일 0시부터 낮 12시까지다.

새해맞이 야간산행 특별 허용으로 정상 등반이 가능한 곳은 탐방예약제가 시행되고 있는 성판악·관음사 탐방로 2곳이다. 도는 한라산 정상 등반이 가능한 성판악·관음사 탐방로에 한해 탐방예약제를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루 최대 탐방 가능인원은 성판악코스는 1,000명, 관음사코스는 500명이다. 나머지 어리목·영실·돈내코 등 3개 탐방로는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도 등반할 수 있지만, 정상인 백록담까지는 오를 수 없다.

내년 1월1일 야간산행 탐방 예약은 예약이 시작된 12월1일 오전 9시 이후 단 1시간 만에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 모두 조기 마감됐다. 예약 개시와 동시에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접속하는 바람에 한때 예약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또 수십 분간 ‘접속 대기’가 발생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처럼 해돋이 야간산행 예약이 조기에 마감되면서 한 중고 거래 어플리케이션에는 ‘한라산 양도해주실 분’, ‘1월 1일 한라산 양도해주실 분 없을까요?’ 등의 구매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또 제주도청 누리집 ‘관광불편민원접수’를 통해 2023년 1월 1일 야간 산행 등 무료인 한라산 탐방 예약 QR코드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 ‘한라산 탐방예약 거래 신고 및 시스템 개선 건의’ 제목의 게시물에는 ‘2023년 1월 1일 야간 산행 2자리의 예약 QR코드가 5만원에 거래됐다’면서 관련 사진이 올랐다. 게시자는 ‘연락처와 예약번호를 확인해 예약 QR코드를 확실히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탐방권 불법거래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과 1월에도 한라산 설경을 보기 위한 탐방객이 몰리면서 중고 거래 어플리케이션에서 탐방권 불법거래가 기승을 부렸다. 또 지난 가을철 단풍이 절정을 맞은 10월 말을 전후해 성판악 및 관음사 코스 탐방권 매매가 성행했다. 거래 금액도 1만 원에서 5만 원까지 다양했고, 한때 탐방권을 100만 원에 사겠다는 게시글까지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도는 한라산 탐방권 QR코드 불법거래 방지를 위해 성판악·관음사탐방로 입구에 제주자치경찰을 배치, 본인 확인 과정을 거쳐 입산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탐방객들은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입산자와 예약자 신분이 다르면 입산을 불허하고, 탐방권 QR코드 불법거래 적발 시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도는 또 내년 1월1일 야간산행 허용 당일 자체상황실을 운영해 폭설 등 기상이변에 따른 상황관리와 함께 비상연락망을 상시 유지하며 기상악화 시 전면 통제할 예정이다. 정상 또는 윗세오름 해돋이 전망대에 인파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통제선 강화 및 현장관리 안전관리원을 3~4명 이상 배치해 안전사고 사전 예방에도 나선다. 특히 2022년 마지막 날(12월 31일 오후 6시부터)에는 탐방객 안전사고 및 응급 상황발생 시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제주 산악안전대원의 협조를 받아 진달래밭과 삼각봉대피소, 동릉 정상에 인원을 추가 배치한다. 또 주요도로 차량통제를 위해 한라산지킴이들도 투입한다.

현윤석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현재 내년 1월 1일 예약은 선착순 마감된 상태로 예약 취소 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추가 예약은 불가능하다”며 “탐방권 QR코드 거래 행위 적발 시 민·형사상 책임 부과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