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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76명 얼굴·이름 첫 공개... 유족 주도 합동분향소 설치

입력
2022.12.14 20: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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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광장에 시민 합동분향소 설치
유족 동의한 영정 안치, 일부 반발도
16일 49재... 전국 각지에서 추모행사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설치한 합동분향소 앞에서 희생자 이지한씨 어머니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오열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설치한 합동분향소 앞에서 희생자 이지한씨 어머니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오열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14일 수은주가 영하 10도까지 뚝 떨어진 서울 용산구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앞 이태원광장. 오후 5시쯤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설치가 끝나자 영정사진을 꼭 끌어안은 희생자 16명의 유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생전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식들의 영정사진을 차마 분향소 제단 위에 올려놓지 못했다. 한 유족은 “○○이를 잊지 말아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라며 하늘을 향해 절규했다. 일부 유족은 잠시 마음을 추스르는가 싶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려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보수단체 신자유연대 관계자들이 추모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보수단체 신자유연대 관계자들이 추모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추모의 마음이 다 같지는 않았다. 분향 도중 보수단체 회원 등 일부 시민이 욕설을 퍼붓다 격분한 유족 측 관계자와 언성을 높였다. 소란은 유족들의 분향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이어졌다. 이종철 ‘10ㆍ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우리 아이들의 사진과 이름을 알리는 것은 패륜이 아니다. 추모해 달라”면서 울먹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에는 유족 동의를 받은 참사 희생자 76명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안치됐다. 최주연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에는 유족 동의를 받은 참사 희생자 76명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안치됐다. 최주연 기자

유족이 동의한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과 이름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합동분향소는 협의회가 주도해 기존 추모 공간인 이태원역 1번 출구와 별도로 마련됐다. 숨진 158명 중 얼굴과 이름을 모두 공개한 이는 76명, 이름만 공개한 희생자는 16명이다. 협의회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사진 공개를 거부한 희생자들은 국화꽃 영정으로 대신했다. 또 다른 유족은 “왜 내 아이가 사진 속에 있느냐. 예방할 수 있던 사고를 막지 못한 한이 사무친다”고 오열했다.

분향소를 직접 찾은 유족들은 “진짜 애도는 이제부터”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도 거듭 요구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라며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진심으로 사과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유족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마련한 합동분향소 운영에 반발해 자체 추모 공간을 준비했다. 영정과 위패 없는 추모는 제대로 된 추모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6일은 참사 49일째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린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10ㆍ29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를 봉행한다.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역시 같은 날 오후 6시부터 참사 현장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시민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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