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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과학"…'브라탑' 오해받은 황희찬의 검은 조끼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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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황희찬 선수가 입고 있는 게 대체 뭐죠? '브라탑'인가요?"
3일 새벽 열린 한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경기 막판 극적인 결승골로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황희찬은 골망을 유유히 흔든 뒤 유니폼 상의를 벗어던지며 기쁨을 만끽했다. 심판의 옐로카드에도 아랑곳없이 관중석을 향해 달려간 황희찬은 두 팔을 들어 올려 근육을 한껏 과시하는 제스처를 선보였다.
저돌적인 돌파력과 빠른 스피드로 '황소'란 별명이 붙은 황희찬이 골을 넣을 때마다 즐겨하는 이른바 '힘자랑 세리머니'였다. 황희찬은 2018년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에서도 유니폼 상의를 벗어던지는 골 세리머니를 했다가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날 그의 '탈의' 세리머니보다 화제를 모은 건 따로 있었다. 황희찬이 입고 있던 검은 조끼의 정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황희찬 선수가 입고 있던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가슴 아래까지만 내려오는 민소매 조끼의 모양이 여성들이 요가나 필라테스 운동 시 착용하는 브라탑(어깨와 가슴 등 상의를 가리는 운동복)과 유사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또 조끼를 착용한 모습이 손흥민(토트넘)이 검은 얼굴 보호대를 쓴 것과 비슷하다 며, 황희찬의 상체에 마스크를 착용한 손흥민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만들어져 돌아다니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황희찬이 착용한 검은색 조끼는 선수 몸에 부착해 경기력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알려졌다. 정확하게는 전자성능추적시스템(EPTS·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s)으로도 불린다.
'감(感)'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해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이를 전술에 반영하는 '과학축구'의 선봉에 서 있는 장비로 이해하면 쉽다.
수집하는 데이터만 400여 개가 넘는다. 조끼에 내장된 위치추적장치(GPS) 수신기, 회전 운동 측정 센서, 가속도 및 심박 센서 등이 선수들의 몸 상태를 종합 측정하는데,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모든 정보가 기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들의 활동량과 범위, 자세변화, 스프린트 거리와 횟수, 지속시간과 경로 등 실시간으로 취합된 정보는 감독과 코치진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돼 선수 기용과 전술 변화 등을 결정하는 핵심 자료로 쓰인다. 경기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피로도, 부상 상태 등을 점검할 수 있어 선수 보호에 용이하다.
EPTS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인 독일 국가 대표팀이 적극 활용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대표팀은 분데스리가 호펜하임 클럽의 모기업인 소프트웨어(SW) 회사 SAP가 만든 EPTS 장비를 전면 도입했다. 선수들 몸에 부착된 센서로 분당 1만5,000건에 달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과학적 전술을 구사했고, 결과는 승승장구였다. 독일은 4강전에서 개최국이자 세계 최강이었던 브라질 대표팀을 7대 1이라는 압도적 스코어로 눌러버린 끝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 유명한 '미네이랑의 비극'의 시발점이자, 우승의 숨은 공신은 '빅데이터'였던 셈이다.
이제 축구계에서 EPTS는 '기본값'이 됐다. 현재 유럽 프로축구 5대리그에서는 98% 이상의 선수가 훈련과 실전에서 GPS 단말기를 장착하고 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도 2018년부터 EPTS 장비 착용을 허용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부터 EPTS를 도입,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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