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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는 없었지만... 벤투호의 '심장'은 황인범이었다

입력
2022.11.29 21: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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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드컵서 두 경기 연속 풀타임
음바페 이어 공격 참여도 전체 2위
가나전에선 '붕대 투혼'까지
"월드컵 끝나지 않아" 포르투갈전 승리 각오

황인범이 28일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머리에 붕대를 감고 경기를 뛰고 있다. 알라얀=연합뉴스

황인범이 28일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머리에 붕대를 감고 경기를 뛰고 있다. 알라얀=연합뉴스

머리에서 피가 나도 머릿속엔 한국의 승리밖에 없었다. 골이나 어시스트, 화려한 플레이도 없었지만 벤투호의 '심장'은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이었다.

황인범은 28일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 선발 출전, 우루과이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었다.

그는 대표팀 발탁 전까지만 해도 고향인 대전에서 활약하던 '지역 스타'였다. 황인범이 전국구로 올라서게 된 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었다.

금메달의 주역이었던 황인범은 같은 해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 A매치에 데뷔, 2019년 동아시안컵에서 2골과 함께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매 경기 선발 출전하며 '벤투호의 황태자'란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부침도 있었다. 작은 체격, 눈에 띄지 않는 역할 때문에 국내 축구팬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렇게 맞이한 첫 월드컵이었지만 황인범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그는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양 팀 최다인 11.75km를 뛰며 그라운드 곳곳을 휘저었다.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 전개의 출발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가나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황인범은 미드필드 2선과 3선 사이를 연결하며 안정적인 패스로 경기를 조립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이날 88%의 패스 성공률(90회 시도·79회 성공)을 기록했다. 21번의 파이널 서드를 향한 패스, 4번의 롱패스를 성공시키며 후반 추격전을 이끌었다. 후반에는 상대 선수와 충돌, 머리에 출혈이 있었지만 붕대를 감고 뛰는 투혼을 보여줬다.

황인범의 활약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축구 통계전문업체 옵타에 따르면 이번 대회 2차전까지 출전 선수들의 공격 참여도를 분석한 결과, 황인범은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23회)에 이어 공격 참여도 지표에서 공동 2위(15회)에 올랐다. 공격 참여도는 슈팅과 기회 창출, 빌드업 관여 등을 종합한 지표다. 빌드업만 따지면 9회로 전체 1위다.

황인범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도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 브루노 페르난데스(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화려한 공격진을 갖추고 있다. 황인범은 상대 공격의 예봉을 꺾으면서도, 강한 압박을 뚫고 빌드업의 중간 다리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황인범은 가나전 후 인터뷰에서 "여기서 우리의 월드컵이, 축구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선수들은 선배들이 (2018년) 러시아 대회 독일과의 경기에서 기적을 만든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고 승리를 다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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