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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에 의료진 계십니까" 싱가포르 향하던 여객기서 승객 살린 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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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내에 응급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손님 중에 의료인이 계시면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하시고 저희 승무원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19일 오후 9시 50분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A330-300 항공기 TW171편에 이런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2시간 전 이륙한 이 비행기 탑승객 중 40대 후반 한 남성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의식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심장 수술과 신장 투석 등의 병력이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환자의 증상을 알게 된 객실 사무장 김연희 객실 승무원은 곧바로 조종석으로 달려가 김학경 기장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김 기장은 기내 방송을 통해 승객 중 의료진을 찾는 동시에, 위성전화로 지상 연결해 대학병원에 자문을 구했다.
잠시 뒤 스스로 한의사라고 밝힌 승객이 나타났다. 마침 이 비행기에는 간호사 면허가 있는 안지웅 객실승무원도 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기내 응급 장비인 '구급용 산소공급 기구'와 비상의료용구(EMK)를 사용해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며 응급조치를 이어갔다.
기장은 환자의 병세가 위급해 보인다는 의견을 듣고 목적지 싱가포르보다 가까운 호치민으로 회항을 결정하고, 기내 방송을 통해 탑승객들에게 이 상황을 알렸다. 환자 발생 약 3시간 30분 만에 여객기는 호치민 공항에 착륙했고, 환자는 대기 중이던 앰뷸런스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 여객기는 호치민에서 급유와 위급 승객의 수하물 처리를 마친 뒤 새벽 3시(한국시간)쯤 호치민 공항을 떠나 싱가포르로 향했다.
기장과 승무원, 의료진 승객의 발 빠른 조치로 위독했던 환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환자는 호치민 병원 도착 당시 심정지가 발생할 정도로 위태로웠으나 현재는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김 기장은 "생명을 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회항 결정을 내렸다"며 "탑승객들이 큰 동요 없이 회항 결정에 따라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응급조치를 한 안지웅 승무원은 "처음엔 호흡 곤란이 심해 당황했지만 평소 훈련받은 대로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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