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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네 똑같네...영어 23번 판박이 논란으로 본 역대 수능 출제 오류사

입력
2022.11.21 10:50
수정
2022.11.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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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타 강사 문제 지문과 흡사
후폭풍 겪으면서도 수능 출제 오류 논란 반복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왼쪽)와 유명 강사 모의고사 문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왼쪽)와 유명 강사 모의고사 문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에서 대형 입시학원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흡사한 지문이 출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역대 수능 출제 오류들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21일 기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이의신청란에는 수능 영어 23번 문제를 재검토해달라는 요청이 10여 건 접수됐다. 해당 문제의 지문이 대형 입시학원 스타강사 A씨가 수능 직전 제공한 모의고사에 나온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해당 논란은 수능 시험 직후인 17일 밤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졌다. 첫 이의신청이 접수된 건 그다음 날인 18일이다. 신청자는 "문제가 토시 하나 틀림없이 M사에서 똑같이 출제되면 사교육 안 하는 애들은 어디까지 물러나 있어야 하는지 (중략) 문제 출제 위원의 자질 및 출제자의 영구 제명을 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해당 사설 모의고사 문제 지문과 수능 영어 23번의 지문은 마지막 한 문장을 제외하고는 동일하다. 미국의 법학자이자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캐스 선스타인이 2020년 출간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설 모의고사의 문제는 '문맥상 낱말의 쓰임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이었고, 수능은 '다음 글의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이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며 추가 이의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신청자들은 "사설 모의고사를 통해 그 지문을 이미 읽어본 학생들은 시간 단축에 큰 도움을 받았다"며 "사설 모의고사와 100% 일치하는 지문을 낸 건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했다.

수능 출제·검토 제도 보완했지만 올해도 논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9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능이 처음 도입된 후 평가원이 첫 출제 오류를 인정한 건 10년이 지난 2004학년도 수능에서다. 언어영역 17번으로 백석 시인의 시 '고향'과 그리스 신화 '미노토르의 미궁'을 제시한 뒤 '고향'에 등장하는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미노토르의 미궁'에서 찾는 문제였다. 당시 평가원은 이 문항에 대해 ③번 '미궁의 문'을 정답으로 발표했으나 서울대 최모 교수 등이 ⑤번 '실'이 정답이라며 이의를 제기해 논란이 됐다. 평가원은 전문가 토의와 문항 및 정답에 대한 재심사를 거쳐 복수정답을 인정했고 △출제위원 특정대학 출신 비율 40% 미만 제한 △최대 3년까지 참여 △출제 검토위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출제 개선안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4년 후인 2008학년도 수능 물리Ⅱ 11번 문항에서 복수정답 이의신청이 접수됐고 한국물리학회까지 나서 '복수정답 가능하다'는 입장을 발표, '정답에 이상 없음'을 고집했던 평가원은 복수정답을 인정하고 평가원장이 사퇴하는 등 후폭풍을 겪었다.

이 밖에 2010학년도 지구과학Ⅰ 19번 문항, 2015학년도 생명과학Ⅱ 8번 문항, 영어 25번 문항 2017학년도 한국사 14번 문항도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출제 오류로 인한 행정소송도 두 차례 겪었다.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 문항, 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다. 각각 2심, 1심에서 수험생들이 승소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평가원은 올해 수능 출제오류 방지 등을 위해 검토위원을 대폭 늘리고 출제기간을 3일 연장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사설 모의고사와 흡사한 문제가 출제됨에 따라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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