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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때 옷에 흙탕물 하나 안 묻히고 가" 막장 내몰린 광산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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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는 고립된 광부 2명이 221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되면서 ‘해피엔딩’으로 일단락됐지만, 국내 광산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겼다. 생환한 광부 박정하(62)씨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광산의 작업 환경과 광부 처우개선이 시급하다. 안전한 갱도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당국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7일 광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광산의 광맥은 노천광산 형태가 아니라 대부분 지하 깊은 곳에 있어, 기계화가 쉽지 않다. ‘막장 인생’이란 말이 나온 것도 광부 일이 더럽고 험하고 어려운 '3D 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성안엠엔피코리아 금호광산에서도 50m 간격으로 지하 300m 깊이까지 파내려가 아연을 채광 중이었다. 광산이 일제강점기 때 개발돼 업체에서 정확한 내부 도면조차 갖고 있지 않다 보니, 광부들은 항상 위험을 안고 일해야 했다.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광부들이 말하는 막장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아연 같은 금속광산은 폭발 위험은 낮지만, 광석을 캐려면 폭약을 쓸 수밖에 없어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채광은 착암기로 바위에 구멍을 내고, 폭약을 집어넣고 발파한 다음 깨진 광석을 갱내에서 사용하는 굴삭기인 '쇼벨'로 광차에 실어 지상으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소음과 분진, 착암기에서 전해져 오는 진동을 그대로 흡수해야 한다.
문제는 안전수칙이 무시되기 일쑤라는 점이다. 발파하면 광석이 깨끗하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떼어낸 다음 실어야 한다. 재발파를 위해선 안전조치를 하고 낙석 우려가 있는 암석 조각을 제거해야 하지만, 대충 치우고 착암기를 들이대는 게 다반사다. 작업 도중 낙석으로 다치는 일도 적지 않다.
노동 강도나 사고 위험에 비해 급여는 높은 편이 아니다. 한 전직 광부는 “지난해까지 일당은 8시간 근무 기준 선산부(조장) 15만 원, 후산부(보조) 12만 원이었다”며 “인력이 부족해 16시간 연속 근무할 때도 있는데, 연장 근무수당이나 야간 근무수당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광부들의 임금은 일반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임금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광산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당국의 관심도 높지 않다.
일부 광부들은 돈을 더 벌려고 주52시간제를 무시하고 매일 16시간 연속근무를 할 때도 있어,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고가 난 광산의 경우 두 달 전에도 갱도 붕괴사고로 사상자 2명이 발생한 점에 비춰, 제대로 된 안전 조치를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펄 형태의 토사도 갱내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량의 '광미'를 채웠다가 차단판이 부서지면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토사를 메우지 않거나, 차단판 점검만 제대로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광산 측도 상단부 갱도는 내부 사정을 잘 모른다고 시인했다.
당국의 형식적 안전점검도 광산을 위험한 작업장으로 만들었다. 당국에서 안전한 갱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줘야 하는데 갱도 안쪽으로는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는다. 생환한 박정하씨는 "광산을 지도감독하는 광산보안사무소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시설 점검을 나오는데, 바지에 흙탕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나갈 정도로 조심스럽게 다닌다"며 "광부들은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데 점검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하면서 안전을 외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박씨는 그러면서 "점검 나왔을 때, 세워도 되는 갱도인지 한 번만 확인했어도 이번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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