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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한 건 맞습니다"...김의겸 발언으로 돌아본 국회의원 면책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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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되면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의혹이 제기된 직후 여당은 물론 대통령실에서도 "아무런 근거 없이 면책특권에 기대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이재명 부대변인 서면 브리핑)는 비판이 나왔다. 한 장관은 "매번 입만 열면 거짓말해도 그냥 넘어가 주고 책임을 안 지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알지만,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김 의원을 직격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김 의원은 한 장관이 '시민언론 더탐사'에서 제보를 받았다며, 올해 7월 19, 20일 윤 대통령,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함께 서울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더탐사는 한 장관의 퇴근길을 뒤쫓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매체로, 같은 날 김 의원이 국회서 제기한 의혹을 구체화한 내용을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헌법 45조)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관한 조항이다. 헌법 44조 불체포특권과 함께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대표적인 권한이다. 17세기 면책특권을 명문화한 영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상당수 나라에서 의원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다. 우리나라는 1919년 임시정부의 ‘대한민국 임시헌법’에서 면책특권이 명시됐다. 1948년 제헌헌법에도 실렸다.
면책특권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도입됐지만, 우리 헌정사에서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때마다 면책특권을 제한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도 단골로 등장했다. 국회의원들이 면책특권을 방패막이 삼아 '묻지마 폭로'를 하고 이후 허위 사실임이 밝혀져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2012년 2월 아나운서 비하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출당 조치된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 장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2011년에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민주당의 한국방송(KBS) 수신료 관련 비공개회의 녹취록을 국회 상임위 회의에서 공개해 면책특권 논란에 휩싸였다.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 당시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지만 허위로 판명났다. 강 의원은 공개 사과했고, 나머지 두 건은 면책특권에 해당돼 의원들이 기소되지 않았다.
야당도 면책특권 악용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1년 당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국가정보원에 박근혜 대통령 사찰팀이 있다는 내용을 폭로했지만, 신빙성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2010년에는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의 몸통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지목했으나 역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형사 고발당했지만, 면책특권에 의해 기소되지 않았다. 2016년에는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대법원 양형위원 중 성추행 전력 인사가 있다고 주장했다가 동명이인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이 "입만 열면 거짓말해도" 면책특권을 적용받을 수 있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헌법 45조에서 명시한 것처럼 ①국회에서 ②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여기서 국회가 장소적 의미는 아니다"라며 "외부 기관이나 사고 현장 등을 찾아 국정 감사를 실시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국회 직무 수행'에 관한 것(이므로 면책특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가 조폭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을 때 이 지사가 "기자회견을 하든지 면책특권 밖에서 지적하면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응수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김 의원이 '조폭 연루설'의 증거로 제시한 돈다발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광고 사진으로 밝혀졌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적용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밝힌 판결은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1986년 대정부질문 때 터진 '유성환 국시 사건' 관련 대법원 판례다. 야당인 신민당 소속이었던 유 의원은 그 자리에서 "우리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검찰은 발언 30분 전 유 의원이 기자들에게 질의서를 배포한 건 면책특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유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대법원은 1992년 이 사건을 판결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이나 표결뿐 아니라 여기에 부수하여 행해지는 행위까지도 포함해서 적용되어야"하며, 어떤 게 부수행위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행위의 목적, 장소, 태양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①보도자료 제공 시간이 대정부질문 시간과 근접한 데다가 ②장소도 국회의사당 내 기자실이고 ③목적도 보도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기에 유성환 국시 사건은 면책특권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2003년 11월 이른바 '허태열 사건'에 관한 2007년 대법원 판결은 면책특권 기준을 폭넓게 해석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김성래 썬앤문 부회장이 노무현 정권의 실세였던 이호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정치자금으로 95억 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특별검사 수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드러났고, 이호철 비서관은 허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4년 후 대법원은 "발언 내용이 직무와 아무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국회에서의 발언이 거짓이더라도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말이다.
2005년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이른바 '안기부 엑스파일' 속 떡값 검사 명단 폭로로 국회의원 면책특권 범위는 더 구체화된다. 노 의원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현직 검사 7명의 명단을 폭로하면서 보도자료를 냈고,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이 내용을 올렸다. 검찰은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면책특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2013년 대법원 역시 '보도자료는 무죄, 홈페이지 게재는 유죄'로 판결했다. 노 의원은 의원직을 잃었다.
세 판례로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범위를 정리하면 이렇다. ①국회란 특정 장소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②직무 연관성을 입증해야 하고, ③보도자료 배포는 되지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해선 안 된다. ④폭로 내용이 허위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국회의원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면 면책특권에 해당한다.
이 기준을 이번 김의겸 의원 주장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24일 법무부 국감에서 한 장관은 김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강하게 반박하며 "더탐사라는 저를 스토킹한 사람들과 야합한 거 아닌가. 혹시 그 스토킹의 배후가 김 의원인가"라고 물었다. 김 의원은 "제가 더탐사와 협업한 건 맞다. 이를 야합으로 말씀하신 건 지나치다"고 맞받았다.
김 의원이 한 장관에게 질의한 내용은 면책특권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의원이 더탐사와 했다는 '협업'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행 장소에 따라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장영수 교수는 "협업을 국회 내에서 한 게 아니라면 면책 대상이 아닐 수 있다. 다만 국회가 장소적 의미는 아니다. 결국 국회 직무 수행에 들어가느냐는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더탐사와 "어떤 내용의 협업인지, 의도가 무엇인지에 따라"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한규 변호사도 "(김 의원) 발언은 면책특권 범위 내에 있다고 본다"면서도 "한 장관이 문제 삼는 건 (더탐사의) 스토킹과 허위사실 공표인데 (김 의원이 말한 협업이) 이를 논의하거나 관여한 걸 의미한다면, 한 장관이 고소한다면 (수사기관의) 조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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