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25일 2023년도 예산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윤 정부의 첫 예산안을 설명하는 연설로 새 정부가 어떤 정책 기조를 갖고 있고 이를 어떻게 구현하려는지를 국민에게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다. 시정연설에는 장애수당 인상, 한부모 자녀 양육지원 대상 확대 등 ‘약자복지’를 추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고 연이은 북한 미사일 도발로 고조되고 있는 안보위기 상황을 감안해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 미래전 대비 전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새 정부의 첫 나라살림 설계도를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날 시정연설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하지만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은 검은 마스크를 쓰고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대장동 특검 수용 요청에 답이 없었고, 이재명 대표 및 문재인 정권을 향한 검찰수사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는 이유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이래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야당 의원들이 전면 거부한 일은 전례가 없다.
물론 야당 대표와 전 정권을 겨냥한 최근 사정기관의 수사가 지나치게 공세적이고, 일견 정략적으로 비치는 면이 있다. 그렇다 해도 민주당의 시정연설 전면 보이콧은 상식을 넘어선 행태다.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고 한 헌법 81조와 ‘예산안에 대해 정부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돼 있는 국회법이 장식품이 아니지 않은가.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는 윤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 윤 대통령은 해외순방에서 국회를 모독한 실언에 대한 야당의 사과 요구를 묵살했으며 뜬금없는 색깔론으로 불필요하게 야당을 자극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국회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하지만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한다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같은 정치의 실종이 길어질수록 서민들의 고통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과 여야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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