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대기권 바깥에 개간된 인류의 텃밭

입력
2022.10.28 04:30
26면
구독

10.28 우주 고추

2021년 국제우주정거장 특수 식물재배장치(APH)의 2차 수확을 앞둔 고추. NASA 사진

2021년 국제우주정거장 특수 식물재배장치(APH)의 2차 수확을 앞둔 고추. NASA 사진

국제우주정거장(ISS) 승무원들이 2021년 10월 29일 ‘우주 고추’를 처음 수확했다. 넉 달 전 지구에서 실어온 살균된 씨앗 48개 중 먼저 발아한 모종 4포기를 특수 제작된 식물재배장치(APH)에 심은 지 137일 만이었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약 120일이 걸리는 지구 환경과 달리 ISS의 밀폐된 미세중력 환경에서 17일이 더 걸렸지만 우주 고추는 충분히 맵고 향도 풍부했다. ISS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그 고추로 성대한(?) 타코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우주 장기 체류, 나아가 영속적인 지구 밖 삶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식량작물 재배 프로젝트는, 2014년 레드로메인 상추를 시작으로 배추 케일과 백일홍 등의 재배에 잇달아 성공했다. APH는 온도와 수분 등을 탐지하는 180여 개 센서가 장착된 밀폐형 성장 챔버. 케네디 우주센터의 지상팀이 센서를 모니터링해 적절한 환경을 유지하는 임무를 맡았다. 고추 재배 성공으로 NASA는 ISS 최장기 식물재배 실험에 성공한 셈이었다.

앞서 NASA는 전 세계에서 선별한 24개 고추 품종 가운데 ISS 환경에 적합한 ‘뉴맥스 에스파뇰라’ 개량종을 최종 낙점했다. 발아율이 높고 키가 작아 협소한 공간에서도 잘 자라는, 뉴멕시코주립대 연구진이 육종한 품종이었다.
고추는 일반 잎채소와 달리 재배기간이 길어 미세중력 환경에 불리하지만, 비타민과 영양소가 풍부하고 조리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어 척박한 우주 환경에서 간편식으로 장기간 버텨야 하는 이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 무엇보다 생장하는 청록색 식물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승무원들의 정서 안정을 돕는다고 한다.

스페이스X 크루2 승무원들은 우주 고추의 성분 분석을 위해 20개를 냉동해 11월 9일 귀환했다. NASA는 향후 더 다양한 잎채소와 콩류로 재배 범위를 확대하고, 목화 재배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윤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