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7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피해자 전원은 하청업체나 용역업체 직원으로, 개장 전 새벽부터 물류, 청소, 시설관리 업무를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시민들이 주차장이나 매장에 입장하는 영업시간에 사고가 났다면 인명 피해가 얼마나 더 컸을지 아찔하다. 특히 이달 6일 7명이 희생된 경북 포항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지하 공간이 대형 참사 현장이 된 사실이 주목된다.
우선 철저한 화재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현장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지하 1층 주차장 내 하역장에 세운 화물차 주변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그 직전에 쇠가 부딪치는 듯한 '딱딱딱' 소리가 났다고 한다. 하역장 주변엔 다량의 종이상자와 의류가 쌓여 있어 불을 키웠다. 당국은 정확한 발화 원인과 함께 소방 설비가 규정대로 갖춰져 가동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현장 소방관 사이에선 옥내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 제연설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아울렛 측이 6월 소방점검에서 지적받은 24개 사항을 제대로 개선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아울렛 운영사인 현대백화점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는 조사 결과에 좌우될 것이다.
지하주차장의 화재 취약성도 여실히 드러났다. 불이 난 주차장은 3만3,000㎡ 면적에 차량 진출입로가 5곳인 넓은 공간이었지만 연기와 유독가스가 가득차는 데 걸린 시간은 20~30초에 불과했다. 연기가 출구 쪽으로 퍼지다 보니 대피도 진입도 어려워 인명 피해를 키웠다. 현행 소방 규제는 이런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건물은 비용을 절감하려 지하에 제연 전용 설비 없이 제연기 겸용 공조기로 대신하다 보니 유사시 제연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불쏘시개가 된 지하주차장 야적물 역시 소방기본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 소방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지하공간 특성에 맞는 방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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