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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4명 성폭행범' 신상공개 법안 1년 전 논의했지만...

입력
2022.09.25 11:00
수정
2022.09.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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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의원, 소급적용 법안 '지지부진'
"2000년 범죄자부터 신상공개" 제안
국회 여가위 "중복 공개·위헌소지" 우려
여가부 "법 안정성·예측 가능성 저해" 의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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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여아 4명을 성폭행하고 지난해 4월 출소한 '아동 연쇄 강간범' 이모씨의 신상정보 공개가 현행법상 불가능한 가운데 국회에서는 2년 전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국회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 고지 제도는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적용 대상을 확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운이 좋겠도 빗겨갔다. 다음 달 출소 예정인 '미성년자 11명 성폭행범' 김근식이 애초 신상공개 대상이 안 됐다가 뒤늦게 가능해진 점과 비교되면서 시민들은 더욱 답답해했다.

이는 두 범죄자의 범행 시기가 달라 법 적용 여부가 엇갈린 탓이다. 2013년 6월부터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 '신상정보 등록과 열람 대상자에 대해서도 추후에 공개 고지 대상자로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는 부칙이 생겼다.

2006년 6월 30일부터 시행된 신상정보 '등록'은 그 대상자가 "법 시행 이후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강간ㆍ강제추행 등의 성범죄를 2회 이상 저질러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자"다.

김근식은 2006년 5월 24일부터 그해 9월 11일까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9세부터 17세까지 초중고 여학생 11명을 성폭행했다. 공개 기준인 2006년 6월 이후인 7~9월에도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질러 등록 대상이 된 것이다. 여가부와 법무부가 이 부칙을 근거로 신상정보 공개를 법원에 요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신상공개가 가능했다.

반면 이씨는 범죄를 저지른 기간이 2004년 11월부터 2006년 4월(가장 마지막 범죄는 4월 22일)이었다. 모두 법 시행 전에 범행을 저질러 신상정보가 등록되지 않았고, 따라서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없다.

"위헌소지 등 우려로 '지지부진'"

김근식 공개수배 전단.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근식은 다음 달 출소한다. 뉴스1

김근식 공개수배 전단.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근식은 다음 달 출소한다. 뉴스1

이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요구는 이씨 출소 전에도 있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12월 신상정보 공개고지 대상자의 범위를 '2000년 7월 이후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에게 성폭력범죄를 범하고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해 2월 국회 여가위가 제출한 검토보고서에는 ①2000년 7월부터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자의 성명, 연령, 직업 등의 신상과 범죄사실의 요지를 관보에 게재하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계도문 게재제도가 이미 시행돼 '중복' 우려가 있고 ②법적 안정성 및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③소급입법금지의 원칙 위배로 인한 위헌 소지 문제를 지적했다.

여가부도 "20여 년간 운영돼 온 공개고지제도의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칠 수 있고, 해당 대상자의 신뢰 및 예측 가능성을 과다하게 해치는 등 위헌 우려로 인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여가부 관계자는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된 상태라 논의해야 한다"면서도 "국회에 제출한 부처 입장에는 아직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사실 신상공개제도는 2012년 7월 전 국민을 공분케 한 '통영 초등생 살인사건'을 계기로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가 대폭 확대된 적 있다. 당시 초등생을 납치해 성폭행을 시도하다 거부하자 살해하고 암매장한 피의자가 성폭력 전과자였지만 신상공개 대상이 아닌 점이 드러나면서 성범죄자 신상공개 소급 적용 요구 여론이 거세진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받아들였는데 소급 적용 기간은 3년이었다. 즉, 2008년 4월 16일부터 2010년 12월 31일 사이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지르고 유죄판결이 확정돼 종전의 규정에 따라 공개명령을 받은 사람만 고지대상자가 됐다.

'신상 공개' 소급 적용했으나 3년만 앞당겨

2012년 7월 22일 실종 일주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경남 통영 한모양의 살해 용의자 김모(44)씨가 통영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통영=연합뉴스

2012년 7월 22일 실종 일주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경남 통영 한모양의 살해 용의자 김모(44)씨가 통영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통영=연합뉴스

그렇다면 '소급 적용기간을 3년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통상 법률의 소급 적용은 3년이라는 게 여가부 설명이다. "여러 법안의 소급 적용 대상자가 그동안 헌법 소원을 제기하고, 그 판례가 쌓였는데 보통 3년을 넘어가면 위헌이 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신상정보 고지 대상자를 3년 더 확대해 2008년 4월 16일 이후 범죄자로 확대할 때도, 그 전에 특위를 만들어 소급적용 기간을 몇 년으로 할지 치열하게 논의했다"며 "3년 이상은 어렵겠다고 결론이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성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전자발찌 제도도 소급 적용한 사례가 있었는데 그 기간 역시 3년이었다. 전자발찌 소급 적용은 2010년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김길태·김수철 사건 발생 후 그해 7월 기준 출소 후 3년이 안 된 범죄자에 한해 소급 적용됐다. 당시에도 헌법 소원이 제기됐으나 다행히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신상 공개해도 실효성 없어" 지적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음 달 출소하는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에 대한 관리 방안도 발표했다. 과천=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음 달 출소하는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에 대한 관리 방안도 발표했다. 과천=연합뉴스

설사 신상정보 공개고지 제도를 소급 적용한다 해도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신상정보 공개는 물론 전자발찌를 채웠는데도 부수고 범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이미 여러 차례 발생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내 주변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우편물을 받아도 그 영역권에서 집을 소유하거나 직장이 그 근처면 이사 갈 수가 없거나 선택권이 좁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법감정'에 부응하고, 실질적인 범행 예방 효과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상정보는 보는 사람들만 보니까 해외에서는 단순 무식하게 범죄자 집 앞에 신상정보를 붙여놔 심리적 압박감이나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게 하는 곳도 있다"며 "사회적 여건과 환경 변화에 따라 법을 개정하거나 애초부터 흉악범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등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치료감호'를 대안으로 내놨다. 법무부는 소아성기호증 아동 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를 위한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22일 입법 예고했다. 치료감호란 재범 위험성이 있는 약물중독·소아성기호증 등 성향의 범법자를 국립법무병원 등 시설에 구금한 뒤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는 처분을 말한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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