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됐다. 지난 5월 정상 간 합의에 따라 4년 8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회의에서, 양국 외교·국방 차관은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압도적이고 결정적 대응' 기조를 확인했다. 특히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최신 비핵전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양국은 올해를 시작으로 회의 연례 개최에도 합의했다.
'핵무력정책법' 제정 등 한반도 내 전술핵 사용 위협을 높여가는 북한에 맞서, 한미 동맹이 적시에 단호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미국이 '핵우산' 제공은 물론 우주·사이버·전자기 분야 최신 전력까지 총동원해 핵무기를 발사도 못하게 하겠다고 공언하고, 우리 국방부 차관이 회의 전날 미 공군기지에서 B-52 전략폭격기를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한 것도 강력한 대북 압박 메시지로 읽힌다.
미국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 향상도 기대된다. 이전 두 차례 EDSCG 회의에선 공동보도문이나 보도자료를 내는 데 그쳤던 양국은 이번엔 공동성명 형식으로 이달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 한반도 전개, 연내 북핵 위협 단계별 군사대응 도상훈련 등 공약 이행 계획까지 밝혔다. 이전 보도문에선 '미국의 공약'으로 표현된 미 전략자산 전개가 공동성명에서 '한국과의 공조 사안'으로 표현된 점은 우리 입장을 반영할 여지를 넓힌 성과로 풀이된다.
다만 한미 간 '동상이몽'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미 국무부 차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위협을 언급하며 "한국이 대만해협 안정성을 거듭 강조한 점에 감사한다"고 말했고, 공동성명에도 한미일 공조로 해석되는 '역내 위협에 맞선 삼자·다자 협력'이 합의 사항으로 포함됐다. 미국과의 대북 공조 강화가 자칫 한중 갈등 격화로 비화되지 않게끔 균형 잡힌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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