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인근에 800억 원대 예산을 들여 새 영빈관 신축을 추진하다가 여론에 밀려 전격 철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린 이후 대통령실 자산이 아닌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했다”며 영빈관 신축 계획의 전면 철회를 지시했다. 전날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유재산관리기금 2023년 예산안’이 공개된 지 하루 만이다. 예산 878억 원을 편성해 2년 내 새 영빈관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3고(高) 경제위기로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가 긴축재정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사업 축소를 예고한 상황에서 영빈관 신축에 수백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은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 야당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왔다.
뒤늦게나마 계획을 철회한 것은 다행이지만 무리한 영빈관 신축 계획이 공개되면서 대통령실 이전 계획 초기부터 불거졌던 이전 비용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비용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전 비용으로 496억 원이 투입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미 각 부처에서 끌어온 306억 원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수백억 원을 들여 영빈관 신축을 추진하려 했던 사실까지 공개되면서 대통령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용산 이전으로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이전의 좋은 취지도 빛을 바랜 것은 물론이다.
단순히 영빈관 신축 계획을 철회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누구의 발상으로 무리한 계획이 만들어지고 추진됐는지를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실 이전 계획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만큼 정확히 얼마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는지도 투명하게 밝히기 바란다. 집권 5년 중 첫 1년은 국정 방향을 설계해야 하는 중요한 때다. 대통령실 이전 문제를 놓고 허송세월할 만큼 한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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