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콘셉트 그대로 베끼고 품질은 불합격"…IFA서 확인한 중국 가전의 수준은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보기엔 그럴싸한데, 디테일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죠."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22서 중국 업체들의 제품을 직접 본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큰 시장인 미국 진출 길이 막힌 중국 업체들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IFA2022에 적극 나섰다. 겉만 보면 국내 제품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처럼 보이지만, 품질과 사용성을 따지면 여전히 기대에 못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일(현지시간) 화웨이, TCL,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은 IFA2022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 메세베를린에 전시장을 차리고 각자 유럽을 겨냥한 제품을 소개했다.
미중 갈등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 화웨이는 스마트폰 '노바10프로'와 폴더블폰 '메이트Xs2'를 꺼내 놓았다. 화웨이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첨단 반도체 수급 길이 끊기면서 프리미엄폰 시장 자체에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노바10프로 역시 4세대(4G) 통신 칩이 들어갔으며,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경우 퀄컴의 중저가형 모델인 스냅드래곤 778이 탑재됐다.
메이트Xs2의 경우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와 달리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형 제품이었다. 아옷폴딩 방식은 기술적으로 인폴딩 방식보다 개발이 쉬운 반면 화면이 바깥에 노출되다 보니 내구성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이 제품은 유럽에서 12일 출시하는데 가격이 1,699파운드(약 268만 원)로 삼성전자의 Z폴드4(199만8,700원)보다 비쌌다.
하이얼은 LG전자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를 그대로 베낀 제품을 선보였다. 스타일러의 핵심은 옷을 흔들어 먼지 등을 털어내는 기술이다. LG전자는 이와 관련해 18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했다. 삼성전자 역시 의류관리기를 내놓으면서 LG전자의 특허를 피하기 위해 바람을 쏘는 방식을 활용했다. 하이얼은 LG전자 특허를 버젓이 무시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하이얼은 이 제품을 중국 시장에서만 팔고 있다.
또 하이얼의 자회사 캔디의 경우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를 떠올리는 냉장고를 선보였다. 냉장고 네 개 도어에 형형색색의 디자인이 입혀진 제품이다. 문제는 비스포크 냉장고 문은 프리미엄 가전업체들이 쓰는 신소재 '페닉스'로 만든 반면 캔디는 일반 냉장고에 단순히 시트지를 붙였다. 전시 이틀 만에 벌써 제품 옆 부분에 시트지가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TCL이 전시장 한가운데에 진열한 '듀얼워시'는 다소 황당한 제품이었다. 디자인만 보면 LG전자의 '워시타워'를 빼다 박았다. 다만 워시타워가 드럼세탁기와 건조기를 직렬로 올린 제품이라면 듀얼 워시는 드럼세탁기 두 대를 위로 쌓은 것에 불과했다.
사실 세탁기와 건조기는 작동 메커니즘이 달라 일체형으로 위로 쌓기가 매우 어렵다. 동시에 움직일 경우 진동이 가해지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TCL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직렬로 쌓은 제품에서는 별도의 스태킹 키트를 둬 양 제품을 띄웠다. 결국 워시타워 같은 일체형 제품 대비 높이가 높아 쓰는 데 불편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드럼세탁기 두 대를 위로 올린 것을 찾는 고객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중국 업체 제품들은 TCL의 듀얼워시처럼 '우리도 삼성전자, LG전자와 비슷한 제품을 낼 수 있다'는 것만 보여줬지, 실제 사용 편의성이나 제품 마감에선 여전히 중저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저가형 액정표시장치(LCD) TV의 경우 국내 업체와 중국 업체가 같은 패널을 받아 쓰는 만큼 하드웨어만 놓고 봐서는 차별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TCL의 경우 136인치 미니LED TV와 8K 85인치 TV 등을 IFA에 소개했다.
백선필 LG전자 TV CX(고객경험) 상무는 "LCD TV의 경우 TCL이나 하이센스의 기술력이 우리 LCD TV 대비 90% 수준까지 올라왔으며"며 "기술 격차도 2, 3년으로 그렇게 머지않은 수준까지 쫓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TV 화질을 개선하는 인공지능(AI) 칩셋이나 사용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터페이스 등은 여전히 국내 기업이 앞선 상황이라고 백 상무는 평가했다. 결국 소프트웨어(SW) 혁신을 통한 프리미엄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과 격차를 벌리려면 겉모습 면에서 싸움은 끝났다고 봐야 하고, 속을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나 고민해야 한다"며 "사용 경험 측면에서 보다 창의적인 시도를 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