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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던 물가, 8월 5.7%로 제동… 라면·택시 등 곳곳에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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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내 치솟기만 하던 소비자물가가 고물가 주범인 석유류 가격이 다소 안정을 찾으면서 7개월 만에 꺾였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5%대 물가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고 라면 등 가공식품 인상, 택시요금 상향 추진 등 물가를 더욱 자극할 복병도 곳곳에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8월 물가는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 물가는 1월 3.6%를 시작으로 7월 6.3%까지 상승폭을 키워오다 지난달 5%대로 내려갔다.
8월 물가를 떨어뜨린 가장 큰 요인은 기름값이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7월 35.1%에서 8월 19.7%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얼마나 높였는지 보여주는 기여도 역시 7월 1.59%포인트에서 8월 0.9%포인트로 작아졌다.
석유류 물가는 최근 국제 유가 하락, 유류세 인하로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6월 배럴당 113달러까지 뛰었다가 8월 97달러로 떨어졌다. 아울러 정부는 7월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했다. 실제 6월 초 리터(L)당 2,100원을 웃돌았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날 기준 1,742.32원까지 낮아졌다.
물가 상승세가 제동 걸린 점은 긍정적이나 석유류를 제외한 다른 품목은 여전히 불안하다. 채소류는 2020년 9월(31.8%) 이후 가장 높은 27.9%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초 폭우 등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배추(78%) △오이(69.2%) △파(48.9%) 가격이 크게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률 8.8%도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컸다. 여름 휴가철에 가격을 높인 음식점이 많았던 영향이다. 가공식품, 전기·가스·수도 물가도 각각 8.4%, 15.7% 오르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
정부는 앞서 물가가 추석 연휴 이후인 9, 10월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다. 당장 초대형 태풍 힌남도가 불어올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을 고려하면 물가가 정점에 도달한 후 하락세를 타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이날 오전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 물가는 상당 기간 5, 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한 배경이다.
가공식품·택시요금 인상 움직임도 물가를 위협할 수 있다. 농심은 국제 곡물 가격 인상을 반영해 15일부터 신라면 등 라면 26개, 새우깡 등 스낵 23개 상품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라면, 스낵의 평균 인상률은 각각 11.3%, 5.7%에 이른다.
다른 라면 업체나 제과·제빵업계는 아직 가격 인상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으나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택시 기본요금 3,800원→4,800원 상향 역시 고물가 복병이다. 인상 시기가 내년이지만, 다른 품목이나 서비스 요금의 연쇄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조속한 물가·민생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노력을 하겠다"며 "또 명절 성수기 수요 확대, 국제 원자재 가격의 향방 등 잠재된 물가 불안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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