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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독재 정권, '마지막 양심' 가톨릭에도 발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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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니카라과 독재 정권이 가톨릭 교회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을 비판한 사제들은 구금됐고, 방송국은 폐쇄됐으며, 종교 활동마저 제약당했다. 오랜 공포정치로 저항 세력이 사실상 전멸한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양심’ 가톨릭마저 위축되면 “독재 반대” 목소리는 사라지게 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니카라과 경찰은 19일 마타갈파에서 롤란도 호세 알바레스 주교를 체포해 수도 마나과에 구금했다. 알바레스 주교는 대표적 반체제 인사로, 최근 2주 넘게 동료 신부, 평신도들과 함께 가택 연금돼 조사를 받아 왔다. 경찰은 그에게 폭력 단체 결성 혐의를 씌웠다.
국민 절반이 가톨릭 신자인 니카라과에서 가톨릭 교회는 민주진영의 최후 보루이자 구심점이다. 지난 1년간 정치인, 사업가, 언론인 등 반정부 인사 200여 명을 잡아들인 오르테가 대통령도 가톨릭에는 함부로 독재의 칼날을 휘두르지 못했다. 그래서 알바레스 주교 체포는 더욱더 충격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 성역은 없다”는 메시지이자 권위주의 행보의 결정판이라는 것이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4연임에 성공했다. 1980년대 후반 첫 집권기까지 포함하면 통산 5선 대통령이다. 지난 대선은 유력 야당 지도자는 물론 여당 인사들까지 감옥에 집어넣는 등 반대파를 완전히 숙청한 뒤에 치러졌다. 투표율은 20%에 불과했다. 이런 오르테가 대통령이 1979년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혁명 영웅’이었다는 건 지독한 아이러니다.
권력을 연장한 오르테가 정권은 눈치 보지 않고 종교계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국민적 지지와 존경을 받는 가톨릭의 영향력을 무너뜨리려는 의도다. 올해 들어 가톨릭 라디오ㆍ텔레비전 방송국 10곳이 문을 닫았다. 이달 14일에는 시우나 교구에서 오스카르 베나비데스 신부가 미사를 집전한 후 경찰에 끌려갔다. 6월 이후 구금된 성직자는 7명에 달한다.
6월 말에는 마더 테레사 수녀가 1988년 설립한 수녀회에 해산 명령이 떨어졌다. 수녀 18명도 국외로 추방됐다. 경찰은 수녀들을 국경 근처로 강제 이송했고, 수녀들은 걸어서 이웃 나라 코스타리카로 건너가야만 했다. 3월에는 바티칸이 파견한 교황 대사도 쫓아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가톨릭 사제들을 “쿠데타 선동자” “테러리스트” “제의를 걸친 악마”라고 비난하며 가톨릭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교회를 지키고 있는 성직자들의 생명도 위협받고 있다. 거리에서 열리는 종교 행사 및 행진이 금지됐고, 요주의 신부들에게는 감시의 눈이 따라붙었다. 주말마다 북적거렸던 교회는 텅 비었다. 신도들이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몸을 사리는 탓이다.
말을 아껴온 바티칸도 분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 성베드로성당에서 삼종기도를 마친 뒤 광장에 모인 신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니카라과 상황을 걱정과 슬픔 속에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공개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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